번듯한 건물이 생기기 전 오장동 함흥냉면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사람들에 떠밀리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미친듯이 면을 흡인해야 했던 시절이 떠오르시리라. 그것도 이제다 추억이다. 코비드 19로 손님이 많이 줄었음에도 굳건이 가게문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냉면은 역시 함흥냉면이 최고야 


일요일 아침이면 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끌고 외식을 가곤 했다. 딱히 좋지는 않았다. 일찍 일어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그 때 먹었던 입맛이 길들여져 여전히 사랑하는 음식이 되었다. 주인공은 청진동 해장국과 오장동 함흥냉면이다. 아이들이 먹기에는 꽤 하드코어였는데 여하튼. 다행히 두 곳 모두 아직도 있다. 해장국 집은 자리만 옮겼다. 


어머님을 모시고 냉면집에 다녀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불안한 느낌이 조금은 있었다. 그러나 거의 매일같이 답답한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아주 가끔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그렇다고 누구처럼 제주도로 놀러가거나 벚꽃놀이를 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마스크와 모자로 중무장을 하고 일부러 혼잡한 시간을 피해 오후 2시쯤 도착했다. 예상대로 한가했다. 도착했을 때 식당에 있던 손님은 정확하게 다섯 명이었다. 구석자리를 찾아 마주보지 않고 나란히 앉아 의례 시키는 함흥냉면을 주문했다. 이곳에 와서 다른 메뉴는 단 한 번도 주문한 적이 없다. 사리를 추가하지 않는다면. 미리 카드로 계산하고, 언제부터인지 이렇게 한다, 당연히 면은 자르지 않고 식초만 살짝 뿌리고 슥삭슥삭 회와 양념을 섞어 양껏 입안에 넣는 순간, 아 하는 감탄이 나왔다. 역시 이 맛이야. 


그런데 오늘은 살짝 아쉬웠다. 면이 조금 불어있었다. 찰기가 떨어진다. 반면 회는 상태가 좋아 만족스러웠다. 냉면도 냉면이지만 이 집의 별미는 고기육수다. 육수를 숭늉처럼 마시는데 어린 시절 처음 맛보았을 때는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느끼하다고 할까?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참고로 육수는 뜨거울수록 매운맛이 더 배가된다. 그게 또 별미다. 일부러 찬육수를 달라고 하여 남은 면에 섞어 드시는 분들도 계신데 나는 여전히 핫한게 좋다.


냉면을 먹고 나서 코스처럼 들리는 곳은 중부시장이다. 건어물로 유명한데 늘 사는 건 입구에 있는 꽈배기와 안쪽 깊숙이 박혀 있는 떡집에서 파는 쑥떡이다. 어머님이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그리곤 충무로역까지 걸어가서 버거킹에 들러 커피 한잔을 시켜 나눠 마신다. 이 사소하지만 규칙적인 나들이를 한 지도 어언 10년 가까이 된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kimjkjk0211/22159431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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