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지롱?
은근히 즐거워지는 날이 있다. 만우절이 그렇다. 이날만큼은 남을 속여도 혹은 거짓말에 넘어가도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 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로 매년 이 날을 맞이하기 하루 이틀 전부터 무슨 말로 속일까 궁리하며 보내곤 했다. 상대는 늘 속아주었는데, 그렇다, 진짜 그런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절대 넘어가지 않았다. 왠지 지는 것 같아서다. 올해는 여유 없이 만우절을 맞았다. 뉴스라고는 괜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장난질을 하면 엄벌에 처한다는 무시무시한 내용뿐이었다. 취지야 알지만 참 무섭다, 무서워하며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는데 검색어에 계속 설악산 흔들바위가 떠있었다. 왠지 뜬금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진짜 무슨 일이 났나 들어가 보니. 거짓말이었다. 처음엔 그럴싸한 내용 같았는데 결론은 속았지롱.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다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최근 만우절에 한 번도 당하지 않았던 기록이 깨진 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웃으며 보냈으면 됐지라는 만족감이 더 컸다. 그런데 설악산 흔들바위는 왜 정말 굴러 떨어지지 않는 거지? 여럿이 손만 대도 흔들거리는데.
덧붙이는 말
만우절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장국영이다. 거짓말처럼 삶을 마감한 그의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최절정기였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우울한 요즘 새삼 생각이 더 난다. 오늘 저녁에는 그의 음반이라도 찾아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