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봄다운 봄이 다시 올지 모르니까


시계바늘을 1년 전 이맘때로 돌려보자,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제각각 다르겠지만 내게는 미세먼지였다. 3월 한달 내내 뿌연 하늘만 봤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끼고 다녔다. 그렇다면 지금은? 당연히 코비드 19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 왜 작년에는 그 난리였는데 올해는 미세먼지가 뉴스에서 사라졌지? 하도 바이러스가 큰 뉴스라서? 아니다. 심각하지 않아서다. 실제로 2020년 들어 미세먼지 심각 경보가 발령된 적이 없다.


기후변화 일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관심이 많다. 환경문제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기후변화하면 콕 집어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원인도 명확하다. 이산화탄소다. 산업을 포함한 경제활동을 줄이면 된다. 이처럼 명확한 이유와 답이 있지만 실천은 힘이 들다. 모든 사람들은 발등 앞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적어도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피해는 내가 살아있을 동안은 닥치지 않을 테니까라는 안이한 마음도 한몫했다.


구세주(?)는 바이러스였다. 풍경뿐만 아니라 탁한 물로 악명이 높았던 베네치아의 수로는 순식간에 청정구역으로 변했고 늘 먼지구름으로 가득했던 델리도 청명한 하늘을 드러냈고 스모그로 도시 전체가 뿌옇던 엘에이도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 모든 변화가 세균덕분이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뉴욕 타임스도 관련 소식을 실었다. 전 세계 감염병이 기후변화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적인 명과 암을 소개한 후 바이러스가 사라진 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주장했다. 글쎄? 불과 1년 전의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미세먼지와 공해가 없어 잠깐이나마 행복했던 이 시절을 떠올릴까? 금방 까먹지 않을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여하튼 손 잘 씻고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사람 없는 곳을 골라 봄다운 봄을 느껴야겠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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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ytimes.com/2020/03/27/opinion/sunday/coronavirus-climate-change.html?searchResultPosi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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