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대학은 아니었다. 실망감이 컸다. 우울하게 한 달여를 다니다가 결국 휴학을 했다. 재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겨우 10점이 올랐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다시 대학에 돌아왔다. 더 싫었다. 그러다 큰 사건을 만났다. 인생이 바뀔 정도는 아니었지만 큰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모든 대학을 돌아봤다. 가능하다면 수업도 들었다. 이른바 도강이었다. 깨달았다. 대학은 중요한 게 아니야. 가르치는 건 다 거기서 거기였어. 학교 이름이란 그저 빛바랜 견장같은거야. 


코비드 19로 계속 미루던 학교 개학이 온라인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예전처럼 학교에 모여 공부를 하는 모습은 당분간 보기 어려워졌다. 대학은 일찌감치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불만이 많겠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도 든다. 곧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성의 없이 과거 강의재료를 가지고 대충 강의를 하던 교수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실력도 없으면서 나이를 내세워 후배들을 괴롭히며 성적을 채우던 학생들도 퇴출될 것이다. 강의가 모두 공개되면 서울대와 지방대의 차이도 없어질 것이다. 


안다. 나의 상상임을.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지겠는가? 그동안 배출한 졸업생들이 얼만데 기득권자들이 가만있겠는가? 평소 나이 들어 자신의 출신학교를 거들먹거리며 뭉치자를 외치는 이들을 보면 화가 나기보다는 측은함이 앞섰다. 겨우 자랑할 게 저것밖에 없는가? 


그러나 작은 틈은 뚫을 수 있다. 그 사이로 우리는 눈부신 빛을 발견할 수 있다. 언제가 대학은 모두가 마음만 먹으면 들어갈 수 있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 학점과 이런 저런 굴레로 학생들을 괴롭히는 곳이 아닌 교육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온라인은 그 첫걸음의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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