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수요과 공급이라는 거대한 원칙에 의해 굴러가야 한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 정문 건너편 상가 1층에는 이발소가 있었다.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그저 그런 곳이었다. 어느 날 맞은쪽에 새 이발소가 문을 열었다. 가격은 1000원인가 더 쌌다. 처음에는 신장개업이라 그런즐 알았는데 한 달이 지나도 계속 유지했다. 당연히 손님이 몰릴 수밖에. 그러자 원래 가게가 1000원을 더 내렸다. 딱히 이발 솜씨를 따지지 않던 때라 다시 우르로 옮겨갔다. 새로 문을 연 이발소는 기다렸다는 듯 다시 천 원을 다운시켰다. 흥미진진했다. 이러다 공짜로 머리 깎겠는데. 그러나 우리의 바람과 달리 어느 날 원래 가격으로 돌아갔다. 두 가게가 극적 타협을 한 듯했다. 더 이상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지 말자고. 


가격은 미스터리 그 자체다. 원래의 값어치를 반영한다는 보장이 없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는 별 쓸모가 없음에도 무한정 비싸고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은 상대적으로 싸다. 물론 물을 돈 주고 사먹는다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 적도 있다. 다행히 공기는 아직 공짜지만, 맑은 산소를 쐬기 위해 별도의 돈을 들여 청정기를 사들이기는 한다. 


그렇다면 적정 가격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답은 이미 아담 스미스가 내놓았다. 보이지 않는 손, 이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은 중고장터다. 물건을 내놓은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가격을 매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눈치를 본다. 같은 제품이 있다면 얼마에 거래되는지 혹은 유사 물건의 거래가격을 확인한다. 어떤 사람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내놓으면 당연히 거래가 되지 않는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싸면 의심을 받게 된다. 요컨대, 가격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마스크 5부제를 한 지도 한 달이다 되어간다. 한 장장 천오백원은 시장이 정한 게 아니다. 정부가 원가와 마진을 고려하여 통제한 가격이다. 긴급한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코비드 19가 종식된다면 원래대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스크의 가격은 적정선에서 결정될 것이고 시장은 비로서 수요과 공급이라는 거대한 원칙에 의해 굴러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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