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없다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식도 예외가 아니다. 연일 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부족분을 개미들이 떠받치고 있다. 증권시장의 오랜 격언인 폭락장세의 끝에는 개미무덤이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개인은 방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다르다. 뭉텅이로 사라지는 주식을 잽싸게 메우고 있다. 이는 단순히 투자자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대거 모여들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최근 신규로 주식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폭락에 역으로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곧 지금의 폭락은 일시적인 것이며 언젠가는 반등하기 때문에 쌀 때 사두자는 것이다. 나름 일리 있는 논리다.
그러나 이 방식은 원초적인 함정이 있다. 등락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전체를 보지 못한다. 과연 현재의 주가가 밑바닥인지 아니면 더 내려갈 것인지 혹은 오르더라도 언제 상승할 것인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물론 자신의 자산범위 내에서 하는 투자라면 문제될 게 없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여윳돈으로 사둔다면 마치 장기저축을 든 셈치고 오랫동안 묵혀두면 반드시 오르게 마련이다. 문제는 빚을 내서 조급하게 단기간에 이득을 얻기 위해 올인하는 경우다. 매일같이 주식장세를 눈이 빨개질 때까지 보고 또 본다고 해서 자신이 사둔 주식이 오르는 건 아니다.
핵심은 셀러리 캡이다. 자신이 동원 가능한 자산의 총액을 설정한 후 그 안에서 투자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주식투자에만 적용이 가능한 게 아니다. 소비에서도 마찬가지로 응용이 가능하다. 내 예를 들어보자. 꼭 사고 싶었던 클래시컬 음반 전집이 있었다. 10만 원대 초반이라 가격대도 부담이 없었는데 그만 품절이 되고 말았다. 서둘러 중고 음반이 있나 살폈지만 없었다. 한 가지 방법은 해외에서 직구하는 것이었다. 이 경우 약 7만 원가량이 더 든다. 자 그렇다면 중고로 나오길 기다리느냐 아니면 돈이 더 들더라도 해외 배송비를 부담하고 구매하느냐 선택을 해야 한다.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절판 사인이 나자마자 서둘러 웃돈을 주고 중고를 구매했다. 구입한 지 삼일 만에 재입고가 되었다. 새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도 안타깝지만 각종 할인혜택을 받지 못한 게 아까웠다. 이번에는 그 경험을 살려 대기했는데 아뿔싸 국내 제품은 아예 재입고 계획이 없다는 알람을 받았고 설상가상 해외구매도 금지되었다. 이제 더 이상 이 음반을 구할 길이 사라진 것이다. 허망했다.
그럼에도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쓸 수 있는 총 자산을 벗어난 지출은 용납할 수 없다. 인연이 없다고 여기면 그만이다. 내 마지노선은 15만원이었다. 마음을 내려놓자 뜻밖의 돌파구가 생겼다. 구글을 뒤져보니 용산 전자상가에서 같은 음반을 판매한다고 내놓았다. 하도 여러 곳에서 품절 표시를 보았기에 긴가민가하지만 아직은 판매하고 있다니 내일 당장 전화를 걸어볼 생각이다.
덧붙이는 말
샐러리캡은 미국 프로농구 선수들의 연봉에 적용되어 크게 알려졌다. 한 구단의 연봉 총액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선수들이 월급을 나누어갖는 식이다. 특정 팀에 특출난 선수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연맹의 결정이었다. 그 결과 구단 간 실력이 평준화되어 경기는 더욱 박진감이 넘쳤고 자연스레 입장료 및 다른 수익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 이익은 고스란히 구단에 투자되어 상한선을 올려 선수들의 대우도 더욱 좋아졌다. 요컨대 연봉총액에 모자를 씌움으로서 개인과 공동체가 상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