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한결같이 한 자리를 지켜온 배철수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1990년 우리나라에서 팝 음악의 사양기 때 출발했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정확하게는 1990년 3월 19일 첫 전파를 탔다. 한 프로그램이 이름을 바꾸지 않은 채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 건 놀라운 일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진행자가 교체되지 않았다. 곧 배철수씨가 계속 디제이를 했다. 물론 중간 중간 휴가로 빠기거나 대타로 다른 사람이 들어온 적은 있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정직하게 말해 이 방송을 꾸준히 들었던 편은 아니다. 말 그대로 오며가며 주파수를 돌리다 듣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녁 6시에서 한 시간 동안은 교육방송 라디오의 잉글리시 고고를 꼬박꼬박 챙기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전혀 접하지 못한다. 참고로 이지지EGG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14년 동안 터줏대감 같은 프로였는데 매우 안타깝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방송의 진행자도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다. 공동 디제이는 바뀌곤 했지만. 그럼에도 꼭 챙겨듣는 코너는 있다. 월요일의 '김세윤의 영화음악', 목요일의 '임진모의 스쿨 오브 락'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만약 못 들으면 다시듣기로라도 챙긴다.

 

음악캠프는 팝 음악을 전문으로 틀어준다. 다시 말해 가요는 취급하지 않는다. 작년 비티에스 노래가 빌보드에 오르자 음악이 흘러나온 기억이 있다. 대중가요가 아닌 코리안 팝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비티에스가 예외적일 정도로 줄곧 서양 팝만 전담했다. 한 때 팝송의 전성시대가 있었지만 90년대 들어 축이 가요로 돌아섰다. 역설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팝의 사양기 때 출발했다. 초창기에는 배철수씨도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한 1년만 잘리지 않고 방송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데. 


한 우물을 오래 파면 어떤 형태든 결실을 보게 마련이다. 팝 음악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독자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를 찾는 이름 있는 서양 가수나 밴드는 무조건 이 프로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 유일한 창구가 된 셈이다. 올해는 무대를 비비씨로 옮겨 영국에서 라이브로 진행하기도 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거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것이겠지만.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언제까지 하게 될지, 디제이는 교체되지 않고 계속 하든 안하든 내 관심사가 아니다. 언제나처럼 친숙한 시그널 송을 듣고 항상 당대의 음악을 들으면 젊은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배출수씨의 힘찬 목소리를 듣고 싶을 뿐이다. 오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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