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구승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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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야말로 인간 생존을 가르는 핵심 역량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에 하나는 화장실 휴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휴지가 도난 되지 않고 그대로 있느냐며. 물론 지금은 중국도 모두가 그러건 아니겠지만. 우리도 예전부터 그랬던 것 아니다. 어느 순간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지하철과 공공장소에는 당연하다는 듯 손세정제가 비치되어 있고 주민센터나 아파트먼트 단지에서는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한다. 나이가 아주 많거나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통반장이 직접 가져다준다. 이른바 신뢰가 정착했다는 증거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주정해 화제를 모은 학자다. 곧 사회주의는 완벽하게 자유주의에 패배했으며 그 이유로 신뢰자본을 들었다. 곧 제대로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윤리, 규범과 같은 사회적 도덕이 굳건히 자리 잡았다. 반면 사회주의는 겉으로는 평등을 외쳤지만 속으로는 독재와 비효율을 낳아 결과적으로 트러스트가 사라졌다. 당연히 책이 출간되자마자 논란이 일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대변하는 충견이라는 비난도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의 주장은 점점 더 설득력을 얻었다. 우선 현재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나라는 다 한 국가도 없다. 북한을 예외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지 이미 오래다. 중앙정부가 모든 자원을 관리하며 배급하는 방식 자체가 사라졌다. 요컨대, 지구 모든 국가가 시장경제로 통합되었다. 단지 정치적으로 일당 독재나 개인숭배 혹은 종교 이데올로기를 내세울 뿐이다. 


신뢰자본의이 힘은 더욱 더 강력해지고 있다. 코비드 19 사태를 보라. 한 국가, 보다 구체적으로 국민들 간의 신뢰도가 바이러스 방지의 성공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기존의 선진 국가들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도리어 주요 선진국가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규제와 자발성을 강조하여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대만과 싱가포르가 돋보인다. 앞으로도 지구적 재난은 더욱 더 잦고 규모도 커질 것이 틀림없다. 인류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지 돈이 아니라 서로간의 믿음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트러스트야말로 인간 생존을 가르는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트러스트 관련 서평 :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18010329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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