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다행히는 뜻밖에 일이 잘 풀리거나 운이 좋은 경우에 쓰는 부사다. 순 우리말 같지만 한자어(多幸)다. 곧 운이 매우 많이 겹쳐 있는 상황을 말한다. 이 단어의 쓰임새는 불행한 일을 겪었지만 치명적인 상태에 빠지지 않고 극복이 가능할 때 쓴다. 예를 들어 코비드 19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음성으로 판명되었다와 같은 경우를 들 수 있다. 


대구에서 한 고등학생이 사망했다. 사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물론 아직까지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사실이니 아나운서는 뉴스를 전해야 했다. 문제는 다행히 라는 부사를 쓴 것이다. 곧 다행히 학생의 사인이 바이러스 양성이 아닌 것으로 나왔다. 죽음보다 양성과 음성 판정 여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 어이없는 실수였다. 


해당 영상은 삭제되어 볼 수 없지만 후폭풍이 크다. 그냥 일회성 해프닝으로 여기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많다. 우선 원래 원고가 있었는지 아나운서가 즉석에서 한 말인지 알아내야 한다. 만약 스크립터대로 읽었다면 작성자가 문책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다행히 대신 불행하게라고 했다면 욕을 먹지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이른바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요컨대, 뉴스 기사에는 부사를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주관적 감정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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