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 일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
한 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때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았다. 특히 지하철 안에서. 유해한 먼지는 물론 각종 세균이 범벅인 지하공간에 대한 경각심으로 한 것인데 시대를 너무 앞질러 갔다. 최근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이들을 보기 힘들다.
큰 일이 터지면 처음엔 놀라고 당황하다가 어느새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코비드 19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1월 20일이었으니 벌써 두 달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과연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 중에는 재택근무도 있다. 과거에는 심심찮게 시행한 적이 있으나 여러 이유로 정착하지 못했다. 단지 기술 문제 때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여 일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다.
뉴욕 타임스도 바이러스가 미국의 문제가 되자 다양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다각도로 살펴본다. 예를 들면 재택근무로 얻는 것과 잃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글쓴이는 우선 집에서 일하게 되면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장점으로 든다. 출퇴근에 낭비하는 시간이 줄고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특징은 양날의 칼이 된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니 업무를 더 많이 하게 되고 건강을 상하게 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창의적인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디어는 우연한 만남과 대화에서 촉발되기 마련인데 혼자 있게 되면 아무래도 자폐적이 된다. 곧 외로움으로 인해 혁신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 맞는 말이다. 해법은 균형을 찾는 거다. 재택근무와 대면접촉을 함께 하는 거다. 이를 테면 아침 9시부터 낮 12시까지는 집중 근무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사람들을 만나 업무를 공유하는 식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기는 한데 현실에서는 어떨지?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을 선호하다. 실제로 오전에는 주로 글 쓰는 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되도록이면 바깥으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거나 새로운 걸 경험한다. 그러고 나면 또 다른 글감이 생기고 창의력과 의욕이 새롭게 돋아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확산세는 다소 주춤해지고 있고 언젠가는 끝이 있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이 과연 후유증을 나을지 아니면 진화를 불러올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