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l Richter - Johann Sebastian Bach : Mattha"us-Passion
칼 리히터 (Karl Richter) 지휘 / 유니버설(Universal)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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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다니던 대학교에는 음악 감상실이 있었다. 주로 클래시컬 음반을 틀어주었다. 종종 이용하곤 했다. 어느 날 새로운 오디오장비를 들여왔다며 감상회를 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한번 가볼까, 라는 마음을 먹었다가 금세 까먹었다. 한창 바빴다. 그러나 우연히 정말 의도하지 않고 멍청하게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고 있는데 문득 떠올랐다. 가만 오늘 아니었나? 바로 감상실로 달려갔다. 내부는 바흐로 가득차 있었다. 비록 피셔 디스카우의 우렁찬 도입부는 놓쳤지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도리어 악기파트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금세 마음이 가라앉으며 음악에 젖어 들다 드디어 흐느껴 우는 장면이 나왔다. 지휘자인 칼 리히터가 울먹이는 듯 한 착각에 빠졌다. 


그 때 난 생각했다. 아, 이 음악을 듣지 못하고, 정확하게 말해 이런 분위기에서 감상하지 못하고 죽었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이후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내게는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속된 말로 죽기 전에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음악이 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중에는 못된 상상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시려거든 일단 이 음악을 듣고 나서 하시라. 만약에 그럼에도 계속 그러신다면 그 때는 나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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