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먹으며 딸기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지극히 정상이다. 상상력이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자의반 타의반 갑갑한 생활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장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 당분간은 서로 조심조심하며 지내야 한다. 문제는 일상이 붕괴되면서 심리가 흔들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확진판정을 받거나 자가 격리 조치에 취해진 사람들만이 아니다. 거의 전 국민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가까이서 재채기를 하는 사람만 봐도 흠칫 놀라고 엘리베이터에 한 사람만 있어도 왠지 타기가 꺼려지고 마스크 찾아 삼만리를 한다. 처음엔 어이가 없다가 짜증이 스멀스멀 밀려오다가 급기야 화가 치민다. 대체 이게 다 웬일이냐? 정부는 뭐하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봤자 본인만 손해다. 그저 지그시 눈을 감고 상상력을 펼칠 때다. 한낮의 따스한 햇살 아래 즐기는 커피 한잔이나 한 여름 파라솔 아래 선글라스를 끼고 바다를 바라보는 자신을 떠올려보시라. 현실감이 없다구요? 어차피 상상은 실제가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순간 행복해진다는 거다. 비록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나 같은 경우는 꿈의 집으로 이사를 가는 상상을 매일 하고 있다. 단독에 마당이 있고 거실창이 넓고 시야가 탁 트인.
나는 글을 쓰고 있다. 맞춤 책상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어떤 날은 절로 손가락이 자판을 분주히 움직이지만 또 다른 날은 멍하니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다 도저히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이곳저곳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때운다. 그래도 좋다. 정해진 시간에 엉덩이를 의지에 붙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작가니까, 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상상일 뿐이지만 그 자체로 흐뭇해진다. 일단 돈을 좀 번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