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두려워하고 정해진 삶에 유독 집착한다면
루틴은 습관적인 반복행동을 뜻한다. 원래는 나쁜 의미로 불리다 어느 순간 좋은 단어가 되어버렸다. 예를 들면 매일 잠들기 전에 명상과 일기쓰기를 잊지 않는거다. 내게는 일주일에 한번 산에 가기가 해당한다. 등산을 해보면 몸 컨디션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가 있다. 지난 1년 동안 고관절로 거의 누워 지낼 때도 가장 간절한 건 산이었다. 올 초 조심스런 마음으로 오랜만에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체력이 부치고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결국 정상을 찍고 내려왔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일상생활에도 몇몇 루틴이 있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산보를 하고 아침에는 꼭 글을 쓴다. 마치 제자랑 같지만 사실은 부끄러운 것들도 많다. 차마 밝히지 못할 뿐이다.
지난 주말(2020년 2월 29일) 제이티비씨의 <아는 형님>을 보다 글감을 건졌다. 허재, 이형택, 김병헌이 초대 손님으로 나와 운동하던 시절의 징크스를 이야기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서장훈은 별별 루틴을 다 털어놓았다. 왼쪽 양말을 먼저 신고 경기에 투입되면서 절대 라인을 밟지 않고 자유투를 던질 때는 공을 바닥에 딱 네 번 튀기고 어쩌고저쩌고. 반면 허재는 그 어떤 징크스도 없다고 했다. 심지어 부모님이 경기장에 와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코트에 들어가라고 하면 예하고는 뛰어다니며 기회가 되면 공을 던졌다.
어떤 사람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정직하게 말해 허재가 너무 부러웠다. 부끄럽지만 내게도 이런 저런 루틴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그런 내가 싫을 때가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정해진 것에 유독 집착하는. 이런 루틴들은 자신을 옭아매 점점 사람을 패쇄적으로 만든다. 방법은 단 하나. 그런 내 모습을 인정하고 좋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거다. 곧 나쁜 루틴을 버리고 긍정적인 것에 매달리는 거다. 마치 안철수 씨가 잡다한 정치행사를 일절 접고 의사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대구로 달려가듯이. 다행히 내게도 글쓰기라는 아주 훌륭한 루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