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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아워
조 라이트 감독,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당신의 정책은 무엇인가
스티븐 호킹 박사가 죽어 묻힌 곳은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지하다. 우리에게는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장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아이작 뉴턴도 안식을 취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윈스턴 처칠 경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천재들과 함께 할 만한 업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영국은 백척간두에 서 있었다. 군사력으로는 나치 독일에 대항할 재간이 없었다. 히틀러는 이 틈을 노려 은밀히 협상을 제안했다. 영국은 침략하지 않겠다. 단 다른 유렵지역을 공격하는 건 눈감아 달라. 달콤한 유혹이었다. 일단 추스를 시간을 벌 수 있고, 나중에 다시 공략하면 되지 않느냐? 국회도 암묵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압박을 넣었다. 눈앞의 위험을 감수할 정치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윈스턴은 고민에 빠졌다. 확전으로 영국을 쑥대밭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잠시의 수모를 견디고 후일을 도모할 것인가? 처칠 경은 결정을 내렸다. 싸우자. 이제 남은 건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는 진실을 말했다.
"여러분은 묻습니다. 당신의 정책은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신께서 내려주신 그 모든 힘과 능력을 총동원하여 저 극악무도한 독재자에 대항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음험하고 개탄스런 범죄도 능가하는 포악한 전제에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처칠의 속내를 처절하리만치 자세하게 묘사한다. 물론 게리 올드만의 연기 덕도 컸다. 당연히 아카데미 주연배우상은 그에게 돌아갔다, 한 가지 의문은 우리나라에서는 소규모로 개봉되어 일찍 막을 내렸다는 거다. 고작 35,720명밖에 보지 못했다. 정말 좋은 영화인데 왠지 미스터리하다.
또 하나 이상한 건 네티즌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9점을 넘는데 이른바 평론가들은 6점이라는 짠 점수를 주었다. 그 중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평가도 있다. 과연 같은 영화를 본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물론 연설정면이 다소 길고 게리 올드만의 비중이 큰 건 사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이 영화의 본질임을 알면 함부로 평해서는 안 된다. 이들 중 가장 경악스러운 평을 소개한다. 어차피 자기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사람은 비난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원맨쇼의 진풍경, 씨네 21 이용철, 별점 6점(출처: 네이버 영화)
125분의 사투를 단 일곱 글자로 깎아내리는 그대에게 침을 뱉고 싶구나. 퉷.
덧붙이는 말
윈스턴 처칠 경은 말도 잘했지만 글도 명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승리 덕이라는 논란은 있었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했다(1953년, '2차 세계대전사'). 소설이 아닌 역사책으로 받은 것도 의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