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당신이 해야만 하는 일은 누군가의 구원자가 되는 것이었다. 


아, 내가 비로소 작가가 되었구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결찰의 밤>을 다시 읽었다. 단편 모음집이라 처음에는 가볍게 보았는데 이번에는 저자 후기와 엮은이 글까지 꼼꼼히 살폈다. 역시 보람이 있었다. 게이고는 이 책의 새로운 후기에서 초창기 자기 모습을 돌아보고 있다. 한 편 한 편의 탄생비화를 밝히면서 지금의 나는 소설 기술은 더 늘었을지 몰라도 열의는 그때만 못하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물론 겸손의 말씀이겠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교통경찰의 밤>이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10년이 지나 겨우 중판되었지만(2001년), 작가 스스로는 '앗, 성공이다'라고 쾌재를 불렀다. 주인공은 <천사의 귀>다. 작가들은 작품의 판매부수에 상관없이 글을 쓰면서 극강의 희열을 만끽할 때가 있는데 게이고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아, 내가 비로소 작가가 되었구나. 


<천사의 귀>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단편은 <건너가세요>다. 누군가의 별 것 아닌 사소한 일탈이 다른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되는 고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정말 번역가의 말처럼 1년에 두세 권이라는 페이스로 꾸준히 쓰다보면 걸작이 불쑥 튀어나오나 보다. 참고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30년 넘게 써서 발표한 소설은 총 87권이다(2019년 기준).


사진 출처: https://www.azquotes.com/author/33716-Keigo_Higashin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