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티비씨가 새로 시작한 <정산회담>을 보았다. 한명을 모셔 이런저런 재테크 고민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주는 전 축구선수 백지훈씨가 나왔다. 그는 은퇴 후 부모님이 지방에서 경영하는 장어구이 집을 서울에 새로 열지 아니면 축구교실을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결론은 그다지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어떤 논리로 조언을 해주느냐이다. 경제전문가 슈카는 기회비용과 비교우위 개념을 들어 식당 창업이 낫다고 주장했다. 반대 입장을 가진 다른 패널은 자신이 하던 축구 일을 계속하는 게 비용이 덜 든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을 예로 들며 자동차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출발할 때 가까운 곳에서 만원어치만 놓고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어플을 통해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 나머지를 넣는다고 했다. 슈카는 이런 알뜰살뜰함을 기회비용 상실이라고 맞받았다. 곧 고작 몇 천원 아끼기 위해 머리를 쓰며 스트레스를 받느니 만땅으로 채우고 다니면서 다른 구상을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한다. 특히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한 푼이라도 깎기 위해 온갖 사이트를 돌아다닌다. 결과적으로 몇 백 원 차이가 안 나는데 서너 시간을 버린다. 그러나 사람 심리라는 게 묘해서 눈앞의 몇 십 원 이득이 날려버린 시간낭비보다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럴 땐 얼른 머릿속에서 비교우위 회로를 돌려야 한다. 지금 내가 이런 것에 신경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인 일이 있음을 알아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지를 줄여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미리 가능한 결정안을 최소한으로 좁혀야 한다. 물론 더 나은 옵션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허비하는 시간을 돈이라고 생각하면 무한대로 확장하는 실수를 범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백씨는 축구 교실을 열기로 했다. 전적으로 그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기회비용과 비교우위 기준에서 볼 때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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