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공동주택단지 내 화목빌라.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조였다. 설계자는 조성룡. 


당장은 아니더라도 버킷리스트에 넣어둘만한 집 


한 때 건축에 빠져 지낸 적이 있다. 관련 일을 직접 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집에 관심이 많았다. 모든 건축의 출발은 거주공간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렇다면 과연 건축가들은 어떤 집에서 살까? 나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나 보다. <건축가는 어떤 집에서 살까>는 이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이다. 모두 개성이 충만한 집들이었는데 이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건축가는 정기용이었다. 그는 명륜동 인근 평범한 빌라 2층에서 살고 있었다. 충분히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집을 소개하며 성균관대 은행나무 교정을 앞마당이라며 소개하는 내용에 큰 감동을 받았다. 집이란 단순히 거주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변 마을 모두 포함한 개념임을 처음 알았다. 


분당의 주거단지를 다녀왔다. 새로운 집을 알아볼 생각으로 이곳저곳 둘러보던 중에 들렀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건축가들이 참여하여 만든 빌라 단지다. 빌라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세대 주택이 아니라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집합주택시설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사는 사람들이 여유도 있고 자부심이 큰 탓이겠지. 그 덕인지 매물도 드물고 가격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아파트먼트에 비해서는 싸다는 뜻이다. 곧 과거에는 꿈같은 고급주택이었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무리하면 획득이 가능한 언저리에 들어왔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버킷리스트에 넣어둘만하다. 


덧붙이는 말 


분당 공동주택 단지 설계에 참가한 건축가는 21명이다. 김석철, 승효상, 조성룡 등 관련 분야에서는 유명한 분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들었다. 알게 모르게 작동하는 경쟁심 때문에 서로 튀려는 부분이 없지 않을까 싶은데 신기하게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건축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분들이기에 가능한 놀라운 일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실험(?)이 이후에는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개별적으로는 설계하시는 것 같지만. 건축가의 이름값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문화 탓이 아닌가 싶어 아쉽다. 


분당 공동주택단지 관련 사이트 :

https://blog.naver.com/laquint/110187068052

https://blog.naver.com/santospub/221501310240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hangagan/2209092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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