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서양에서는 웬만큼 친해진 사이라고 해도 말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 있다. 정치와 종교가 그것이다. 이 둘은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집단적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충돌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오늘은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매우 조심스럽게.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웠다. 우선 정치는 역설적으로 전쟁으로 인해 갈등이 완화되어 왔다. 완전히 다른 정치이념을 지닌 두 체제가 한 나라에 세워짐으로써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이 활개 치기 어려웠다. 곧 북한에서 반공주의가 남한에서는 사회주의가 자리 잡을 수 없었다. 물론 중간 중간 꿈틀거리기는 했지만 곧바로 철저하게 짓밟혔다. 


종교는 또 다른 이유로 평화로웠다. 한국에서 종교는 제대로 권력을 잡아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정권의 조력자에 불과했다. 유럽처럼 교황이 최고자리에 올라 황제를 위협하는 현상은 없었다. 다시 말해 종교는 정권에 협력함으로써 그 위세를 이어왔다(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그러나 이러한 억지 협정은 언제든 금이 갈 우려가 있다. 종교간 분쟁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같은 종교 내에서 다툼이 벌어진다. 기독교에서의 이단논쟁이나 불교에서의 종파분쟁이 그것이다. 


신종 코로나가 기세를 꺾는 듯 하더니 무더기 확진자가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하룻밤 사이에 50여 명 이상의 양성반응자가 나온 것이다. 감염자는 특정 종교 신도였다. 그는 검사를 무시하고 예배는 물론이고 다중이용시설을 활개 치며 다녔다. 그 결과 대구경북지역이 거대한 발원지가 되고 말았다. 우선 가장 큰 책임은 개인이다. 그렇다고 그가 속한 종교단체를 옹호할 수는 없다. 집단발원이 가능한 여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새로운 종교간 분쟁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하필 평소에도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눈엣가시였기에 먹잇감으로는 충분하다. 


그러나 특정 종교단체나 신도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는 없다. 경로추적을 해봐야하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제공자를 차단했어야 옳았다. 다소 공격적이더라도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한시적으로라도 제한했어야 맞았다는 말이다.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지금은 감염추적 자체가 어려워졌다. 개인의 부주의나 종교 간에 서로 손가락질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한봉쇄처럼 대구경북지역이 폐쇄될지도 모르는 상황 아닌가? 정부는 잘 대처하고 있다는 자화자찬을 할 때가 아니다. 영남지방뿐 아니라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 저는 무교이며 어떠한 종교에도 악감정이 없습니다. 다만 종교 활동이 사회법규와 부딪칠 때 우선순위는 언제나 규범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오해 없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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