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 폴더 폰의 두가지 모델


내 휴대전화는 투지다. 일명 슬라이딩 폰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해당 통신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2003년에 가입했다. 쓰던 전화기가 물이 차서 동네 근처 대리점에서 싸고 편한 걸 추천받아 산 기억이 난다. 아직껏 이 전화를 쓰고 있다. 물론 우여곡절이 많았다. 몇 번이나 고장이 나고 물에 잠겨 못 쓸 지경에 이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작년에 수명을 다했다. 수리점에 갔더니 부품이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바꿔야지 생각하고 혹시 하는 생각에 중고 휴대폰 온라인 매장을 뒤졌는데 놀랍게도 같은 기종이 있었다. 그래도 번호는 바꿔야겠지라고 아쉬운 마음으로 매장을 찾았다. 그곳에서도 번호는 바꿔야 한단다. 서운했다. 분신과도 같았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 연결을 해보니 정상 작동. 곧 019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머리말이 길었다. 이래봬도 난 얼리 어댑터다. 전자제품을 포함하여 새 물건이 나오면 요모조모 살펴보길 좋아한다. 그럼에도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는 이유는? 딱히 불편함이 없어서다. 휴대용 태블릿을 들고 다니니까 인터넷 접속에 대한 불만이 없고 카톡도 하지 않으니 상관이 없다. 정 급하면 노트북도 있고. 내게 전화란 통화와 문자만 잘되면 그만이다. 통신료도 싸고. 


그러나 최근 들어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내가 스마트 전화기를 외면한 이유는 기능 때문이 아니다. 디자인이 문제였다. 막대형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넣고 다닐 수가 없다.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을 때는 코트 안에 두거나 바지 뒷주머니에 꽂을 수밖에 없는데 이게 진짜 불편하다. 게다가 점점 더 커진다. 참고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폰은 손안에 딱 들어는 사이즈이기 때문에 지니고 다니기 편안하다.


폴더 폰 출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일대 사건이다. 처음에 좌우로 접히는 폰이 나왔을 때만해도 여전히 벽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위아래로 접히는 전화기를 보자마자 이건 진정한 폴더 폰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일단 기존 휴대전화의 디자인을 깼다는 점이 돋보이고 무엇보다 접었을 때 콤팩트함이 살아 있다. 얼핏 보면 여성용 파운데이션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문제도 많다. 좌우폴더와 달리 고리가 있어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배터리 부족, 화면 주름, 긁힘 현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사악하다. 즐겨보는 뉴욕 타임스 과학 칼럼니스트 브라이언 챈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폴더 폰을 차세대 휴대폰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더 넓은 크기, 대용량, 얇은 사이즈를 지향하는 휴대폰 역사를 빗겨나간 변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위아래 폴더 폰이 치명적인 매력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바로 휴대성이다. 곧 쓰지 않을 때는 접어서 편리하게 갖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는 펼쳐서 사용할 수 있다. 마치 휴대용 초미니 노트북처럼. 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래서 설레면서도 두렵다. 20년 가까이 내 곁을 지켜온 슬라이딩 폰과 이별하게 될까봐. 


폴더폰 관련 브라이언 챈의 기사 : iht.newspaperdirect.com/epaper/viewer.aspx


사진 출처: 아이티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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