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닐라 아 라 비스타'  감자 칩. 도대체 어떻게 발견한 걸까? 나는 보면서도 몰랐는데. 

찾아낸 관객이나 숨기듯 배치한 봉준호 감독이나 모두 대단하다. 


독일 애들이 소시지만 먹는 게 아니구나


미국 영화를 보다 길거리 건물에 걸린 골드 스타 광고를 보고 환호했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는데.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4개나 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비단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난리라고 한다.


재미있는 건 과거 우리나라에서 보던 현상이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영화에 나온 특정 상품이나 삽입된 음악 등을 콕 집어내 해당 국가에서 환호한다. 일단 우스우면서도 서글픈 가족 들 간의 싸움에 나온 노래는 이태리 가수 잔니 모란디가 부른 In ginocchio da te(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였다. 잔니는 자신의 노래가 실린 영화가 오스카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인터뷰까지 했다. 제시카 징글로 불리는 '독도는 우리 땅'의 개사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반응이다. 짜파구리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나 부자 가족 집에 놓인 20만 원짜리 쓰레기통이나 스페인 산 감자 칩을 발견하고 주문이 폭발하는 건 뜻밖이다. 더 나아가 별 의미 없이 내뱉은 '독일 애들이 소시지만 먹는 게 아니구나'라는 대사에 독일 극장 관객들이 대폭소를 터뜨리고 대만 카스테라 에피소드에 대만 내 관련 가게들의 매출이 덩달아 늘어나다니. 최근엔 영화에 삽입된 피자 박스 접기 달인 동영상의 주인공을 찾아내 온라인에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이 단순히 아카데미 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내 생각에는 두 가지 이유가 대표적이다. 하나는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으로 하나 된 세상에 언어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어서다. 아이러니컬하다. 우리는 헬 조선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국을 부러워하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다. 이른바 선진국의 모든 것들이 좋아 보였다. 자주 갈 수 없으니 아니 특별한 소수만 제외하고 한국 탈출 자체가 힘들었으니 동경의 염원은 더욱 강했다. 여하튼 기생충이 큰일을 했다. 


사진 출처: 와이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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