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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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관련하여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사뭇 긴장이 된다. 문학을 이야기할 때는 어떠한 비판을 받아도 '아, 그러시군요? 저는 달리 생각해서요'라고 빠져 나갈 구멍이 있다. 그러나 사이언스는 다르다. '대체 기본 사실조차 모르면서 지금 뭐하는 겁니까?"라는 항의가 빗발친다. 


일반인들을 상대해서도 이런 지경인데 전공자 더 나아가 대가들은 오죽하겠는가? 누가 한마디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집중포화를 퍼붓는다. 물론 세련되게. 그러나 희한한건 이런 모순된 현상이 실제 과학의 모습을 가장 근접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그것이다. 


일단 숨을 돌리자. 책 소개부터 하자. 카를로 로벨리는 천재 물리학자다. 대중을 상대로 한 책도 많이 쓰는데 그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도 그 중 하나다. 강의 형식을 띠고 있는 이 책은 기원에서 시작하여 빅뱅과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무한대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과학하면 떠오르는 수식은 최소한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두 번째 강의는 어찌어찌 따라갈 수 있지만 세 번째 수업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일방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 이론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공존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시계에 맞추어 돌아가던 일상이 갑자기 무중력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중력장은 양자역학을 고려하지 않고서, 장들이 양자화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서 기술됩니다. 양자역학은 시공이 휘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따르지 않고 공식화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는가? 나는 정직하게 말해 모르겠다.


"아침의 세계는 연속적인 굽은 시공입니다. 오후의 세계는 불연속적인 에너지 양자들이 상호작용하는 평평한 시공입니다."


앞의 글보다는 친절하지만 이 또한 애매모호하다. 당연하다. 여전히 논쟁이 치열한 주제니까. 로벨리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길잡이면서 동시에 개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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