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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배리 젠킨스 감독, 키키 레인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9년 7월
평점 :
억울한 일을 당하면 단계별로 감정이 진화한다. 처음엔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다가 점차 분노하게 되고 그러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체념하고 받아들인다. 영화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이 과정을 처절하면서도 따스하게 묘사한다. 티시와 포니는 꿈 많은 연인이다. 흑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팽배하지만 둘은 약혼을 하고 함께 살아갈 희망에 부푼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포니가 성범죄자 누명을 쓰게 되면서 둘 사이는 나락에 빠지게 되는데.
시놉만 보면 이 영화는 흑인을 다른 전형적인 영화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미스터리 기법을 도입하여 내내 궁금증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곧 문제를 풀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가족들의 분투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조마조마하다. 그럼에도 결국 …….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더 이상의 스토리는 생략한다.
어찌 보면 식상한 주제를 매우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로 펼쳐나가는 능력은 전적으로 베리 젠킨스 감독의 역량 덕이다. 그는 <문 라이트>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다. 그 영화를 보면서도 소금 빠진 설렁탕을 먹는 기분이었는데 집에 와서 계속 슴슴한 맛이 맴돌았던 기억이 있다. 빌 스트리트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음악으로 악센트를 주었다. 레트로 플레이어로 재생하는 재즈 넘버 엘피의 선율은 탁월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