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사건사고 뉴스를 보고 들으며 살아간다. 그럴 때마다 놀라고 두렵고 겁이 나지만 정작 내 일이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 사건 속의 당사자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남의 소식을 접하며 한껏 냉정한 척 평가하던 태도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오늘 내게 사건이 일어났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경찰까지 출동했다. 내내 흥분 상태였다. 아직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집에 오자마자 든 생각은 글로 쓰자였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혹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기에. 세상은 사건사고의 연속이며 그 중에는 나와 여러분도 있다.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퇴근 후 저녁시간에 동네 근처 공원에서 산보를 하곤 합니다. 가방을 들고 있을 때는 메고 다니기가 불편해 잘 보이지 않는 나무 뒤에 두고 근처를 걷거나 조금 뜁니다. 혹시 몰라 가방이 시야에 들어오도록 반경 25미터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곧 같은 구간을 왕복하는 거지요.


오늘도 여느 때처럼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는데, 순간 느낌이 싸했습니다. 제 가방 주변에 그림자가 어른거렸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가로등이 있기는 한데 껴져 있을 때가 많아 어두운 편입니다. 깜짝 놀라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혹시 기웃거리기만 하면 “그 가방 제겁니다. 그러지 마세요”라고 쫓고 말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나 제 가방을 뒤져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는 모습을 정면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상대를 밀치고 뭐하는 짓이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사과를 하거나 혹은 실수를 했다고 말만 하면 혼만 내고 보내려고 했습니다. 상대는 저보다 더 소리를 지르며 가방이 버려져 있어 신고를 하려고 지갑을 꺼냈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반복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을 불러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했더니 적반하장 격으로 저를 도둑으로 몰며 저기가 먼저 신고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 사람이 경찰을 불렀고 10분쯤 지나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경찰은 양쪽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똑같은 주장을 했고 저는 제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는 장면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맞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택시운전기사였고 잠시 차를 정차시키고 노상방뇨를 하다 제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중재를 요청했고 제게는 혹시 잃어버린 것이 없으면 별도의 처리가 곤란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 또한 운전기사에게 처벌을 요구하기 보다는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제 의견을 받아들여 운전사를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찜찜한 마음만 남은 채 별도의 처벌 없이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곧 운전사는 차를 몰고 가버렸고 저는 집으로 왔습니다.


그냥 액땜한 셈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화가 나고 놀라고 황당했습니다. 물론 가방을 보관소가 아닌 야외에 그냥 둔 제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범죄현장을 목격했고 다행히 돈을 꺼내서 착복하기 전에 발각되었다고 해서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2020년 2월 13일 목요일 OOO


* 참고로 주변에 씨씨티브이가 있었지만 제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는 장면까지 잡아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몰라 택시운전기사의 차량번호도 적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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