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문화방송 <피디 수첩>의 팬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는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드러낼 줄 알았기 때문이다. 광우병 파동 때도 다소 심한 느낌은 있었지만 미처 몰랐던 문제를 부각시킨 효과가 더 컸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이 보도는 이명박 정권의 위기와 맞물려 이후 내내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곧 정부가 작정하고 압박을 가했다. 그럼에도 끝끝내 살아남아 자금도 방영되고 있다. 


2월 11일 화요일 피디 수첩은 부동산 문제를 다루었다. 기획 방송이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이미 몇 차례 비슷한 주제를 언급했다. 핵심은 일부 지역의 아파트먼트 값 상승은 비정상이며 지난 정권의 투기 장력 정책과 다주택자를 포함한 투자세력의 농간 탓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이 매우 미흡했다. 방송에서 동원한(?) 전문가들은 이미 한쪽 편을 들기로 작정한 듯 말을 맞추었고, 뜬금없이 사례로 든 동경도 비교하기에는 부적절했다. 게다가 인터뷰 대상자로 유주택자를 선정한 건 결정적 잘못이었다. 무주택자의 설움을 담겠다면서 정작 가진 자(?)를 내세운 것이다. 심지어 그는 9억 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전세 값이 올라 힘들다는 이른바 갭투자자였다. 


물론 방송국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명자료를 보니 인터뷰 당시 아직 집을 취득하기 전 단계였다. 혹시라도 방송에서 주택보유자라고 나가면 계약에 문제가 있을까봐 서로 합의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더욱 문제다. 결론을 미리 정하고 거기에 맞게 내용을 짜집기했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조사를 할 때는 인터뷰의 객관성과 타당성이 핵심이다. 피디 수첩은 이 원칙을 어겼다. 만약 유주택자임을 알고 해당 부문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해도 과실을 피할 수 없다. 방송국에서 정한 결론에 이미 어긋나는 사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곧 방송자체를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미리 내린 결론을 의심했어야 옳았다.  


좋은 언론은 정부와 줄곧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어떤 정권 아래에서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다른 정부에서는 정책을 옹호하는 앞잡이가 되어서야 누가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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