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나온 요리는 늘 가장 맛있다


일요일 저녁 외식을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조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까지 얻었다. 이번에 가면 적어도 2년 정도는 오지 못할 거라고 해서 시간을 냈다. 한국에 있는 동안 하도 한식을 많이 먹었다길래 일식과 이태리 음식 중 고르라고 했더니 후자를 선택했다.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날 것은 불안하다. 세상도 뒤숭숭하고.


바이러스 여파 때문인지 강남은 한산했다. 이렇게 차가 막히지 않고 거리에 사람이 적은 건 오랜만이다. 그럼에도 식당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예약하기를 잘했다. 스타터로 오징어 튀김을 시키고 파스타를 전체 요리로 주문했다. 골고루 맛볼 요량으로 올리브, 크림, 토마토 베이스 파스타를 선택했다. 메인으로 스테이크를 할까 아니면 피자를 선정할까 살짝 고민하다 일단 미루기로 했다. 미리 주문해서 식은 음식을 먹게 될 우려가 있어서다. 이 선택은 결국 탁월했다. 


주문을 마치자 식전 빵이 나왔다. 이곳의 빵은 부드럽고 바삭하기로 유명하다. 다른 소스 없이 맨빵을 먹어도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 남아 입맛을 돋운다. 전채는 주로 채소를 먹지만 이날은 튀김으로 했다. 갓 튀긴 오징어의 식감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시실은 일식을 먹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차선책이었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바삭하고 뜨거웠다. 


전채요리를 마무리할 쯤 파스타가 나왔다. 접시 당 2만 원 대 중반이라 싼 가격은 아니지만 값어치는 충분했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갓 나온 요리는 늘 가장 맛있다. 소스도 적당히 잘 배어 있어 지나치게 느끼하거나 거북하지 않았다. 참고로 소스는 모두 유기농이다. 아주 배가 고팠다면 이쯤해서 다음 음식을 시킬 텐데 이미 배가 꽉 찼다. 양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도 배가 부른 걸 보면 재료를 아까지 않고 푸짐하게 넣은 덕인가 싶다. 결국 더 이상 시키길 포기하고 2차는 커피숖으로 가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 명이서 먹은 총 액수는 약 9만 원 정도라 싼 가격은 아니지만 뜻 깊은 자리에서 정갈한 음식을 먹은 값으로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직원들의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다. 물이나 피클이 비면 수시로 채워주며 배려를 해주었다. 


아쉬운 점은 인테리어다. 그냥 보기에 별로라는 게 아니라 소파의 천이 찢어지고 탁자나 의자가 살짝 흔들거려 먹는 내내 신경이 쓰이고 불안했다. 좌석배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파와 의자가 함께 있는 통로 쪽 구석자리로 배정받았는데 저장시실이나 컵 따위가 바로 옆에 있어 시선이 불편했다. 과감히 칸막이를 하던지 자리를 바꾸어 식사 집중도를 높였으면 좋을 뻔 했다.


* 제가 방문한 곳은 블루밍 가든 강남점입니다. 이 글은 해당 레스토랑을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