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쯤 손아랫사람이 내 이름 뒤에 씨를 붙여 누구누구 씨라고 부르곤 했다. 정직하게 말하면 매우 거슬렸다. 차라리 선배라고 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물론 씨는 엄연히 존칭이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쁜 이유는 뭘까? 국립국어원에서는 묘한 해석을 내놓았다. 어떤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쓰는 표현은 맞지만 주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 아, 유레카.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누구누구씨 하면 친근한 표현이지만 아랫사람이 내게 쓰면 무례하구나.
한 개그맨(이름은 알지만 밝히지 않겠다)이 과거 현 대통령을 문재인 씨라고 호칭하여 논란이 되었다. 민주국가에서 무슨 문제냐고 반발하는 이들도 있고 그래도 국가원수에게 씨를 붙인 건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정답은 없다. 어떻게 부르건 그건 개인의 자유니까. 그러나 누군가의 이름을 성까지 붙여 그것도 한참 나이 많은 사람에게 씨를 붙이는 건 비하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물론 잘 몰라서 실수한 것일 수도 있다.
덧붙이는 말
이참에 씨라는 호칭을 없앴으면 좋겠다. 일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씨라고 명기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빴다.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한 나라의 대표에게 직함을 빼버리고 그리고 존칭의 어미인 상さん도 아닌 씨를 쓰다니. 참고로 일본에서 누구씨는 뉴스에서 주로 사건 용의자 등을 언급할 때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