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일반판 (2disc)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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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오락거리다, 라는 신념을 버린 적이 없다. 한두 시간 남짓 현실을 벗어나 쾌락을 즐기면 그만이다. 쓸데없이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거나 심각하기 그지없는 작품은 감독의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는 예외가 있다. <인셉션>은 영화를 예술의 반열에 올린 위대한 작품이다. 곧 세월이 지나도 두고두고 화제를 불러 모은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모나리자>처럼. 실제로 개봉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다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심심풀이로 보면 짜증이 난다. 여러 스토리가 겹겹이 쌓여있어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정하고 볼 생각이 아니라면 아예 제쳐놓는 게 정신건강상 좋다. 그럼에도 굳이 보고 싶다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꿈을 떠올려라. 잠을 자다 꿈을 꾸면서 이게 꿈임을 아는 순간이 있다. 이른바 자각몽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아무리 위기에 닥쳐도 심지어 총에 맞아 죽어도 깨어나면 살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만약 잠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꿈을 꿀 지, 구체적으로 꿈속에서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작정하고 꿈을 꾼다면. 꿈 속에서 또다른 꿈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인셉션>은 현실이 주 무대가 아니라 다차원적인 꿈이 진짜 세계일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도로가 기울어지고 건물이 뒤집히고 폭탄이 거꾸로 터지는 상황은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지만 꿈에서는 가능하다. 무의식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란은 이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현실과 꿈, 더 깊은 꿈 사이에 시간차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5분이 꿈1에서는 3시간, 꿈2에서는 일주일이 된다. 꿈속에서는 시간여행도 가능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공간은 어떻게 자유자재로 옮겨 다닐 수 있을까? 차버리면 된다. 말 그대로 Kick이다. 물론 이 장치는 정교해야 한다. 


크리스토퍼 감독이 유명해진 이유는 영화 <메멘토> 덕이 컸다.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까먹는 걸 잊기 위해 온 몸에 낙서를 남기며 고군분투한다. <인셉션>에서는 꿈과 시간차를 이용함으로써 절묘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영화의 결말은 첫 장면과 이어진다. 디카프리오는 무사히 미국에 돌아와 사랑하는 자식들을 만나며 죽은 아내를 그리워한다. 과연 이 상황은 현실인가? 꿈인가? 아니면 만들어낸 기억이 창조한 가짜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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