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증세는 날씨와 매우 관련이 깊다. 특히 일조량이 적다면 상태는 더욱 나빠진다. 칼바람이 불더라도 눈부신 푸른빛의 하늘을 볼 수 있어 좋았던 겨울은 이젠 추억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더욱 더 나빠질 수도. 


한겨울답지 않은 영상의 기온임에도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우중충한 잿빛풍경을 뒤로 하고 종종걸음을 치다보니 '이게 과연 제대로 사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리니 마음은 더욱 움츠러든다. 


어제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순간 치미는 우울감이 너무 심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읽어야 할 책과 들어야 할 음악과 보아야 할 영화와 써야만 하는 글들이 산더미까지는 아니지만 꽤 되었는데도. 역설적으로 그럴 때일수록 잠들기가 더 어렵다. 그래도 누워야 한다. 경험상 수면보다 나은 어떤 치료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바닥에 몸을 대는 대신 살짝 비틀어 고개를 돌리고 휴대용 라디오를 켜놓는다. 주파수는 언제나 93.1. 처음엔 모든 클래시컬 음악이 온전히 들리다가 어느 순간 가물가물해지다가 또 불현듯 정신이 들어 보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선율이 들어온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다 스르르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 바라본 하늘은 다행히 어제보다는 낫다. 햇살이 거실까지 들어 쳐 생기를 불어넣는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것이 더욱 더 생생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나를 심하게 괴롭혔던 우울의 원인을 제거하고 발걸음을 힘차게 내걷는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언제 또 도발할지는 모르지만. 그러면서 결심한다. 


"그래, 오늘 점심은 돈가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