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한열 씨의 운동화가 복원되어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 민중미술이 주가 된 짬뽕 전시회


설 연휴 기간에 짬을 내 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본가에 다녀온 터라 살짝 피곤했지만 오랜만의 방문이라 살짝 설렜다. 개인적으로 고미술보다 현대예술을 더 좋아한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낯선 상황에 놓이는 경험이 짜릿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전 주제는 광장(광장 : 미술과 사회 1900-2019)이었다. 제목을 보고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불행하게도 예상이 맞았다. 민중미술이 주가 된 짬뽕 전시회였기 때문이다. 예술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필요는 없겠지만 억지로 이 둘을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언제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시절 G20 전시를 유도해(?) 국책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그나마 G20 전시회는 일방적인 선진국 찬가는 아니었다. 


민중예술의 가치를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고 이한열씨의 운동화 한 짝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배치하거나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민중의 이름에 끼워 넣은 건 상식 이하였다. 아무리 진보진영이 정권을 잡아 그들의 가치를 우선순위로 내세우는 게 지상명령이라 할지라도 예술 고유의 영역은 존중해야 마땅하다. 관람 내내 씁쓸한 기분이 떠나지 않았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휘둘리는 예술의 처지가 너무도 초라하게 여겨졌다.


덧붙이는 말


민중미술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추후도 없다. 그중에는 시대의 가치를 반영한 출중한 작품들도 많다. 나 또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민중이 곧 광장은 아니다. 현 정권은 광장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은데 광장이 도리어 자신들을 겨누게 될지도 모른다는 건 왜 생각하지 못하는가? 차라리 민중예술 몇 십 주년 같은 기획이었다면 더 나았을 뻔 했다.


사진 출처: 뉴시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