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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집안에 쓸모없는 물건들을 잔뜩 쌓아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저장강박증 때문이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면 다들 하나같이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버리기 아까워서"라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다. 문제는 결국 단 한번도 써보지 못하지만.
하루 날을 정해 집안 정리에 나섰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제품들이 끝도 없이 나온다. 분명히 살 때는 이리 보고 저리 재고 할인쿠폰에 사은품까지 다 고려해서 산 것인데 결국 비닐 포장도 뜯지 못한 채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부잣집은 넓어 보인다. 단지 크기가 커서가 아니라 물건이 많지 않아서다. 정확하게 말하면 꼭 필요한 명품만 있을 뿐이다. 물건을 고를 때 큰 고민 없이 가장 비싸고 좋은걸 사기 때문이다. 반면 가난한 집은 좁은데 온갖 잡동사니가 뒹군다. 한 푼이라도 싼 걸 찾아 헤매다 산 물건들이 무덤처럼 쌓여 있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는 편견을 깬 책이다. 우리는 흔히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들이 빈곤의 늪에 빠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태성적 한계는 일부다. 문제는 구조다. 곧 개인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에 가서 높은 연봉을 얻을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답은 인센티브다. 가난에 젖어 의욕을 잃기 전에 각종 지렛대를 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보험을 자동가입하게 하고 대출을 늘리고 일자리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의 신뢰를 회복시킨다. 글쎄, 다 어디서 들어본 말 아닌가? 절대적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법일지 모르지만 상대적 빈곤이 지배적이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한국은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문제는 배가 아픈 거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남들은 그렇지 않고도 잘 사는 것 같다. 노동의 가치는 점점 쇠퇴하고 다들 자산증가로 돈을 벌 궁리만 한다. 괜히 가상화폐가 부동산이 요동을 치겠는가?
올 설 연휴의 목표는 집안의 짐들을 절반이상 줄이는 거다. 집을 넓혀 가려는 꿈을 접고 대신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상대적 가난에 대한 대책치고는 꽤 근사하지 않은가?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