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작가 김영하는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그에게는 교수라는 직함이 더 잘 어울린다. 혹은 평론가. 단지 지적이어서는 아니다. 문제는 문체다. 물론 소설가에게도 자기만의 글 폼이 있기 마련이지만 중요하건 독자에게 읽혀야 한다. 유감이지만 김영하의 글은 보다보면 혓속에 바늘이 돋운 것처럼 계속 껄끄럽다. 자연스레 글 읽기에 속도나 나지 않는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이유는 문장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는 이 책에서 '~했던 것이다"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왜 '~했다"라고 쓰면 안 되는가? 번역가 안정효 선생은 우리글을 망치는 주범으로 '~것이다'를 들었다. 


<여행의 이유>는 작심하고 썼다기에는 주제도 일관되지 않다. 여행 경험담인지, 집필이력인지, 추억팔이인지, 작가 노트인지, 오디세우스 소개 책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썼던 글을 하나로 모아 책을 냈다는 느낌이 든다. 간혹 빛나는 글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맞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소설이나 에세이보다는 평론을 써보시면 어떨까 권하고 싶다. 그의 글은 지나치게 지적이며 권위적이다. 설명이나 해석이 많고 살아있는 대사를 살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소설속 등장인물의 성격 파악을 위해 스프레드시트까지 동원하여 분석한다는 내용을 보고는 솔직히 좀 질렸다.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헤밍웨이도 하루키도 스티븐 킹도 그리고 김영하가 흠모하는 카프카도 그런 식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다. 그저 노트를 펴고 혹은 랩탑의 전원을 켜고 하염없이 글이 떠오를 때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쓰고 고치고 쓰고 또 고쳤다.  


덧붙이는 글


개인적으로 김영하를 좋아한다. 단 작가로서가 아니라 지식인으로서. <알쓸신잡>은 그의 장기가 잘 발휘된 방송 프로그램이다. 왜 자신에게 맞는 일을 버리고 좋아하는 글 작업을 하는지 안타까울 때가 있지만 엄밀하게 말해 내가 관여할 건 아니다. 다만 문장은 제발 부탁이니 신경 써 주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