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 너머에는 어떤 새로운 세상이 열릴까?

 

나는 왜 태어났지? 캐롤라인 아니 코렐라인?

 

까맣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당시는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지금이라면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하나하나가 심장을 뒤흔들었다.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 티브이에서 본 귀신 때문에 밤 잠 설치기, 놀다 잊어버린 실내화.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사변은 이사였다. 정든 집과 이웃, 학교 선생님과 동무들과 떨어져야 한다는 상실감은 마치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코렐라인>의 시작도 새 집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제각각 일에 바쁘지만 코렐라인은 모든 것이 낯설다. 새로 만난 또래 아이도 괴상망측하고 한 집에 세 들어 사는 인간들도 괴팍하다. 어딘가 자신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진짜 부모나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는 친구가 있을 것만 같은데 현실은 낡아빠진 자기를 닮은 인형하나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발견하고 또 다른 엄마 아빠가 있다는 걸 발견하는데. 

 

아이 때 받았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언젠가 서서히 드러난다. 곪아터진 자국이 덧나지 않게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다행히 코렐라인은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택한다. 이런 저런 괴로움에 생을 스스로 마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순간 적어도 한가지만은 떠올려보기를 바란다. 나는 왜 태어났지? 그냥 세상에 나왔으니까 살아 온 건가? 아니면 무언가 의미가 있는 건가? <코렐라인>을 보고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면 다시보기를 권한다.

 

덧붙이는 글

 

나는 이 영화를 극강공포라고 소개받았다. 그러나 도리어 위안을 받았다, 가 더 적확한 내 소감이다. 꽤 잔인한 장면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이들의 심정을 다시 깨듣는 계기도 되었다. 인생 끝장낼 듯이 울어재끼다가도 금세 울음을 뚝 그치고 생글거린다. 이유가 뭘까,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고 알았다. 아이들은 순간을 살기에 감정 또한 그 때 그 때 상황에 적응한다. 곧 아무리 낯선 상황에 부딪쳐서도 과거는 금세 잊어버리고 새로운 처지에 금세 적응한다. 참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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