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사랑의 위대함 


평소 공포영화를 즐겨보지 않는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게 싫어서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사실은 두려워서다. 그나마 나이가 들어 감정도 둔해지고 무서움도 사라지면서 조금씩 본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현실은 공포영화가보다 훨씬 더 무섭거든.


나는 영화 <오펀>을 디브이디로 보았다. 시작하기 전에 난데없이 입양 홍보 광고가 나와 무슨 짓인가 싶었는데 이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남매가 있는 중산층 집. 뭐가 아쉬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아원에서 여자아이를 입양한다. 계속된 유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마도 말을 하지 못하는 딸을 위해서인 것 같은데. 사실 이 설정은 거대한 파국의 실마리가 된다. 쉿,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입양 딸은 엄마와 아빠를 이간질하며 자신의 입지를 점점 넓혀 가는데. 구체적으로 아빠를 딸 바보로 만들어 엄마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엄마는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남편을 설득하려 들지만. 아 자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꾸 결말을 밝히고 싶은 충동이 인다. 식스센스급 반전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오편>은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다. 오래된 금기를 하나씩 건드리며 새로운 세상을 구축한다. 감독은 영리하게 단계마다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우선 딸아이를 농아로 설정한 점. 둘째 어린아이가 살인을 포함한 범죄를 마구 저지르는 게 알고 보니. 셋째, 겉으로는 평범한 부부지만 사실은 은밀한 상처가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탁월함은 여성의 욕망을 직설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 여자는 욕구의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사실은 그 반대도 성립함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주인공이 갑자기 가여워지기 시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