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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약 1년 정도 이 곳에 글을 쓰지 않았다. 책을 아예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책을 보고나서 서평 혹은 리뷰를 남기는 것이 왠지 의무감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사실은 정말 좋은 책이라면 내가 쓴 감상평과 아무 상관없이 읽힐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컸다. 실제로 그동안 누구도 내게 "왜 글을 쓰지 않으세요?"라고 묻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간간이 댓글로 칭찬 혹은 비난하는 글들은 있었지만. 물론 그 모든 글들에는 답글을 드렸다. 어떤 형태든 글을 쓰는건 수고스러운 것이니 당연히 그 노고를 치하해 드려야하니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두 번 읽은 책이다. 처음엔 건성으로 두번째는 꼼꼼하게. 그 이유는 첫번째는 뷰커상 수상을 노린 야심작이라는 기사로 인해 선입견이 생겨서, 두번째는 교육방송 라디오에서 들은 이 책에 대한 뜻밖의 평가덕이었다. 이 책의 주제는 기억의 왜곡이다. 자신은 악한 의도가 없었는데 상대는 그로 인해 충격에 빠져 죽음에 이른다. 세월이 흘러 다시 스스로를 마주하니 악당도 그런 악당도 없었다. 그러나 사죄를 받아야 할 상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문득 내가 죽고 나서 그 사실을 모르는 누군가가 이 블러그에 남긴 내 글을 보고 악담을 퍼붓는 상상을 해 본다. 살아 있을 때는 어떻게든 답변을 할 수 있지만 사라지고 나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 만약 댓글을 남긴 사람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악한 말을 쏟아 붓는다면.
이 책의 원제목은 The Sense of an Ending이다. 우리 말로 하면 종말의 센스쯤 된다. 대체 무슨 말인지 헷갈린다. 다 읽고 나서도 굳이 이런 제목을 달았어야 했나 싶다. 왠지 현학적이다. 쉽게 말해 잘난척이다. 번역을 맡은 한국출판사도 고민이 컸을 것이다. 잘 팔려야 하는 소설이 철학도서로 분류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엤겠지. 그래서 나온 묘안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지나치게 감각적이긴 하지만 책 내용과 아주 상관이 없지는 않다. 예감이란 결국 진실을 여는 문이니까.
덧붙이는 글
내 블러그를 꾸준히 봐주신 분들은 반가우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전처럼 공무원이 꼬박꼬박 근무시간을 채우듯 글을 올릴 수 있을지는 자신하지 못하겠다. 일단 체력이 예전같지 않고, 게다가 약간의 지병까지, 또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들어 "아는대로 써라"라는 내 글쓰기 원칙이 다시금 스스로를 옥죄어 온다. 과연 나는 잘 알고 글을 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