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해철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그가 죽어서도 변함이 없다. 죽은이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한국사회에서 이런 식의 글은 논란을 불어오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자칫 불편한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강헌의 <신해철>을 읽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져서다.
신해철하면 관련 검색어 혹은 해시태그처럼 따라붙는 이름은 서태지다. 적어도 내게는. 이런 이미지가 형성된 이유는 두 사람의 음악 경로가 완전히 상반되면서도 대우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신해철은 서강대학을 다니다 소위 명문대에 다니는 친구들과 대학가요제에 나가 대상을 탔다. 반면 서태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시나위 맴버로 활동하다 돌연 아이돌 음악을 들고 나왔다.
초창기 이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취향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신해철의 압승이었다. 물론 시기적으로 신해철이 조금 일찍 데뷰한 셈이지만 사실 음악과 관련된 모든 실력에서 신해철은 서태지에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신해철의 장점은 두루두루 잡다하게 많이 알고 적당히 사색적인 이미지밖에 없었다(라고 당시 나는 생각했다).
다행히(?) 강헌도 나와 생각이 같았다. 신해철은 음악적 실력이 빼어나지 않는 노력파이며 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겸손하게 음악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은 가족을 제외하고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신해철을 객관적으로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나친 우상화도 그렇다고 근거없는 비아냥도 아닌 신해철 그 자체를 아주 잘 그린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