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가 아니라 집총 반대가 맞다

 

헌법재판소는 대체 복무제 없는 병역법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곧 군대를 대신할 제도를 두지 않은 채 단지 집총거부자를 감옥에 보내는 현재 상황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대체복무찬성자다.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현역복무를 했으며 해당 종교와 전혀 상관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군대에 가기 싫은게 아니라 집총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곧 총을 들 일이 없다면 군대내에서 어떤 일을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입장으로서는 형평성 차원에서 이들을 따로 관리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래서 필요한게 대체복무제다. 군에 가는 대신 그에 준하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하게 하는 거다. 이른바 선진국은 오랫동안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늘 전시상황인 이스라엘도 예외가 아니다. 때늦었지만 이제라도 대체복무제도의 물꼬가 트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믈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체제도가 생기면 누가 군대를 가려 하겠는가? 그러나 이건 기우다. 현역보다 기간을 두세배로 늘리고 병역을 이행하는 사람보다 혜택을 줄이면 된다. 또한 군대기피사유를 세밀하게 구분하여 본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기타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된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동네 카페에 누가 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차분히 찬반을 따져보자는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제목(군대 가는 사람은 ‘비양심적 병역이행자’인가)을 뽑아 그냥 넘어가기 어려웠다. 댓글을 보니 더 기가 막혔다.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는 종교적 신념보다 국방의 의무가 우선이라는 주장은 그나마 봐줄만했다. 그러나 "야훼(하나님)의 말씀따라 사는 이스라엘은 남성을 물론 여성까지도 군대를 가는데"라는 말에는 기가 찼다. 

 

사실 확인 차원에서 답글을  달았다.   

 

"늘 전쟁상황인 이스라엘도 대체복무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징집대상은 해당 나이 청년(여성 포함)의 절반정도에 불과합니다. 대체복무는 단순히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인간 존엄의 문제입니다.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된다고 해도 군대에 가기 싫어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대체제도를 엄하게 적용하여 복무기간의 2배에서 3배쯤 늘려 운영하면 됩니다. 도리어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함으로써 우리 군은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현역 제대했습니다."

 

또 병역거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핵소고지> 이야기가 나오길래 내 의견을 첨부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음에 놀라면서.

 

"저도 <핵소고지>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는 집총거부자도 충분히 군인으로 제몫을 하고 훈장까지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실화에 근거한 것이구요. 곧 집총을 거부한다고 해서 감옥에 보내지 않고 대신 군내에서 다른 일을 찾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군대 아니면 징역이라는 이분법은 지나치게 야만적입니다. 그들은 군대에 가기 싫은게 아니라 집총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해당 종교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납세나 병역의무와 마찬가지로 종교의 자유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가치들이 충돌할 때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가치들을 조정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때가 되었습니다. "

 

그리고 한 문장을 더해 끝을 맺었다.

 

"이왕 문제를 제기하셨으니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그른 것은 아니니까요."

 

나로서는 최대한 공정하게 쓴 글이었는데 반응은 뜨아하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왜곡된 반공의 굴레에서 살아왔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다만 한가지 공감하는 건 용어다. 양심적이라는 말은 이분법이다. 곧 군대를 가지 않는게 양심적이라면 병역을 이행하면 비양심적인가라는 의문을 낳는다. 아마도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도 이 단어의 효과를 극대화한게 아닌가 싶다. 따라서 쓸데없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말부터 없애야 한다. 그들은 집총반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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