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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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회고전이 필요할 정도로 다작을 한 작가이다. 단편, 장편, 에세이, 대담 등 장르도 다양하다. 좋게 말하면 다재다능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잡학다식이다. 문제는 그 어느 것도 비슷비슷한 톤이라는 것. 작곡가로 치면 같은 변주를 끝없이 반복하며 방대한 작품을 남긴 비발디같다고 할까?

 

<반딧불이>는 하루키의 단편집이다. 다섯 편의 짧은 소설을 모은 것인데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에 수록된 <헛간을 태우다>가 영화 <버닝>의 모티브가 되며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소설과는 설정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르다. 영화가 청년의 계급성에 주목을 했다면 소설은 허무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우연히 만난 여자와 정사를 하고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았는데 어느날 사라졌다는 믿도 끝도 없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하루키를 함부로 욕해서는 안된다. 물론 뭔가 의미심장함이 있을거라고 밑줄 지으며 읽을 필요도 없다. 이미 잘 알려져있듯이 그의 장기는 스타일이다. 정갈한 문장과 담백한 표현으로 시종일관 톤을 유지하고 있다. 생각보다 이런 글을 쓰기란 매우 어렵다. 자기만의 루틴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쓰고 지우기를 지루할 정도로 반복해야 이를 수 있는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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