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스페이스: 영혼을 위한 건축 - 어떤 도시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폴 키드웰 지음, 김성환 옮김 / 파우제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좁은 아파트먼트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수직상승을 한 후 다시 수평으로 열두걸음을 걸으면 호수가 적힌 문 앞에 서게 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서면 창밖으로 똑같은 모양의 상자들이 눈앞에 가득 들어찬다. 이곳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장소다.

 

완공한 지 단 17년만에 범죄소굴이 된 세인트루이스의 푸르이트 아이고 아파트먼트 단지와 똑같은 설계로 지어진 이 집이 이미 30여 년이 넘게 버티고 있다. 재건추 이야기가 솔솔 나오면서 조만간 부수어 버릴 것같지만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까지는 아닐지라도 집에 들어서는 순간 갇혀버리는 아파트먼트 상자는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도 주거지로서는 빵점이다. 그저 먹고 자고 잡시 몸을 쉬게 하는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주거 기계다. 이런 공간이 뭐가 좋다고 우리는 다들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는 것일까?

 

<헤드스페이스>는 그 비밀이 허상임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인간의 심리를 고려하지 않는 건축은 그 자체가 악이다. 나도 이제 더이상 이런 닭장에서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옮겨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