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방
난니 모레티 감독, 난니 모레티 외 출연 / 엔터원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죽는다. 시기만 다를 뿐. 그것이 순리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를 두고 먼저 떠나면 모든 것이 송두리째 변한다. 영화 <아들의 방>은 그 과정을 처절할 정도로 화면에 담아낸다. 정신과 의사인 조반니.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살며 일남일녀를 두고 있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상류층 가정이다. 고민이라면 자신을 찾아오는 괴상망칙한 환자들의 투정을 들어주는 정도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와 다름없을 것 같던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아들의 죽음을 접한다. 다이빙을 하다 바닷속에서 길을 잃어 급하게 도망치려다 그만 숨이 막혀 죽고 만 것이다. 조반니는 엘리트답게 절도있게 장례를 치르고 와준 사람들께 침착하게 감사카드를 보내고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환자들을 돌보는데 그건 단지 겉모습뿐이었다. 속은 곪아들어가고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가족 모두. 우여곡절끝에 가족은 다시 한번 화목한 단합을 이루어내지만 과거와는 다르다. 그건 억지로 봉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조반니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천직이던 의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죽은 아들에게 반했던 여자아이와 함께 무전여행중이던 그 남자친구를 차에 태워 프랑스 국경까지 간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아, 나는 아들을 정말 몰랐구나. 남은 생은 아들을 알았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아들을 제대로 알아봐야겠구나. 일단 일요일이면 정기적으로 아들과 함께 하던 조깅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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