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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2월
평점 :
퇴사 이후의 삶을 유쾌하게 소개하여 인기를 끈 이나가키 에미코가 두번째 책을 냈다. 제목은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미묘하게 내용과 어긋나는 타이틀이다. 알고보니 원제목은 <씁쓸한(허전한) 생활> 일본어로는 사비시히 세이카츠. 사비시히를 직역하면 씁쓸한 혹은 허전한이지만 사실 더 풍부한 의미가 담겨있다. 호젓하다 쪽이 더 가깝고나 할까? 왠지 담백하고 충만한 느낌이 전해진다. 여하튼 부정적인 말은 아니다.
처음 직장을 잃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산행이었다. 평소에는 주말에 가서 사람에 부대꼈는데 평일에 가니 그리 좋을 수 없었다. 자연과 한결 더 가까워졌다고나 할까? 회사를 그만두어도 마냥 괴로운 것만은 아니구나. 물론 돈이 없으니 괴롭지만 그것도 자신의 씀씀이가 문제는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는건 나중에야 알았다. 이후 일을 하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세월을 보내온 경험에서 우러나는 말이다.
에미코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아시히 신문이라는 좋은 직장을 미쳤다고 때쳐치워? 정 일하기 싫으면 정년까지 대충 버텨서 퇴직금이나 연금이라도 타먹어야지? 글쎄? 과연 그 말이 옳을까? 인생을 놓고 보면 무의미하게 5, 6년을 버티는게 더 낭비아닌가? 목적이 없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아가면서 보내는거 더 낫지 않을까?
물론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이나가키같은 삶도 있다. 그러니 부디 백수라고 낙담하지 마시고 자신만의 설계대로 살아가면 된다. 그야말로 돈이 있건 없건 직업이 생기건 말건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돌아다니고 다시 잠이 드는 생활을 계속 되니까. 그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돈이나 직업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결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