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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평점 :
일본 현역 최고의 작가를 고르라면 단연코 히가시노 게이고다. 추리에서 휴머니즘까지 장르 불문하고 고른 활약을 펼칠 뿐만 아니라 장편, 중편, 단편 등 글의 양에 상관없이 따박따박 안타를 때려낸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짧은 글을 모은 책이다. 자칫 가볍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다루는 주제는 자못 심각하다.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신사를 참배하러간 부부가 속옷차림의 인사불성인 군수를 만나면서 새로운 생을 꿈꾸게 되고, 10년만에 찾아온 옛여인이 알고보니 작가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경찰이었다거나,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귀국했다가 퉁명스러운 대응에 반발하여 다시 미국에 돌아갔는게 알고보니 그것이 최고의 유언이었다는 식이다. 어쩌면 이렇게 짤막한 글에서 위트와 반전, 그리고 감동을 줄 수 있는지 감탄하게 만든다. 게다가 다작인데. 마치 스티븐 킹처럼 이야기를 쓰지 못하면 미치는 성격인가? 아니면 오 헨리의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 결과인가?
가끔은 여러 분신들이 있어 글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혹시 진짜로 유령작가가 있는거 아냐? 정직하게 말해 <렌탈 베이비>는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던데. 이 작품만 다른 누군가가 썼나? 아니면 게이고가 창작한 유일한 이야기인가? 헷갈리면서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