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사진은 11.15. 농민대회에 나타난 국가의 폭력집단이다..아랫 사진은 그 이후 사진이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가 찍은 것입니다)

얼른 봐도 달라진 것이 있다..바로 1001..이라는 숫자가 방패에서 사라졌다..저들의 방패는 경찰서에 배속된 의경들의 것과 다르다.. 재질도 다를 뿐 아니라 크기도 다르다..물론 보이는 것처럼 색깔도 딱 저 색깔이다..노란빛이 조금 나는 방패집단이 빠지고 저 색깔이 나타나는 순간 난 오싹함을 느낀다..오늘도 누군가는 다치겠구나..그 예상은 빗나간 적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꼭 1년전 12월 국회 앞에서 만난 저 숫자를 가진 무리 중 하나가 기억난다..어떤 여성의 방송 소리에 대고 맞고함치던..저런 빨갱이같은 년..다 죽여버려야 해..그러면서 옆에 있는 또래애와 히죽거린다..내가 그를 보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한마디 했다.. (난 욕을 잘 못한다..투덜 투덜..씩씩..정도가 보통이다..) 내가 노려보자, 그가 나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야 이새끼야 뭘 봐 ? 난 기가 막혀 그를 계속 노려보았고 그는 곧 내 눈길을 피했다..그 집단 속에서 아무도 그의 말을 제지하지 않는다..그들을 데리고 다니는 직업경찰들도 말이다..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했나 싶었던 걸까 ? 아니면 귀찮아서 ? 아니면 방패로 패버리면 된다고 생각해서 ? 군대 간 셈치고 의경을 지원했다가 그리 되니 짜증이 난 걸까 ? 아님 원래 그런 애일까 ? 이제 겨우 20살이나 되었을까 ? 도대체 어떤 것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 그냥 히죽거리며 아무말이나 내뱉으며 그러나 곧 눈길을 피해버리는 그를..

(시위대 잘못이냐, 국가의 폭력집단 잘못이냐는 어느 한 장면만을 떼어놓고 벌이는 논쟁은 어떤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왜냐하면 논쟁의 진짜 당사자, 즉 국가의 폭력집단의 존재를 강력히 지지하는 당사자가 그 논쟁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즉 여기서 너희는 안 그러냐는 말 따위는 하지 말란 말이다. 그럼에도 이 의문만은 답을 듣자. 시위대도 잘못했다. 그래서 형사처벌 수없이 받았는데, 왜 저 집단은 못된 짓을 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 ? ) 

어느 사회든 지배집단을 위한 폭력집단은 존재해 왔다..현재 사회가 가진 모순을 극복하는 사회가 오더라도 존재할 것같다..그러나 난 그런 집단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언젠가는.. 

참, 오늘 할 얘기는 그게 아니구나..어제 난 광화문에 다녀왔다..

농민들이 계속 스스로 목숨을 끊고 저 폭력집단에 의해 타살되었다는 정황이 있는데도, 그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어느 농촌에 찾아가 밥을 먹다가 각시를 보고는 '밥 맛있죠, 참 맛있네'를 되뇌이는 그 사람에게 화가 나서다..농민 시위가 있을까봐 공식 초청 행사에는 가지 않더만(전남), 농사는 우리가 지을 테니 판로를 책임져달라는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니(경남) 기분이 좋더나 ? 그래 맛있드나 ? 겁나게 맛있드나 ? 피디수첩의 내용을 보니 짜증난다는 댓글 달 여유는 있는데, 농민 시위에 설쳐대는 저 집단의 행동 - 이 추운 겨울날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쏴대며 설쳐대는 - 에는 짜증낼 여유는 없드나 ? 

(어제 경찰 간부인 듯한 자는 전화기에 시위 현황을 전하며 웃고 지랄이다..(아는 사람이 나타나자 그에게) 그렇게(시위대가 밀고 나오게) 될 줄 몰랐어 ? 하하..우린 책임없어..하하..이 추운날 물대포를 맞고 서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는, 하다못해 지네들 편이라고 저기에 서있는 무리들에 대한 얘기도..한마디도 없다..) 

교보문고 쪽을 돌아 지나가다 방패를 들고 서 있는 무리들을 보았다. 방패에 적힌 숫자가 지워져있다. 들여다보니 1005다...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사진기를 집에 두고 왔다..그런데 마침 오늘 인터넷을 보니 비슷한 사진을 찾을 수가 있었다.

왜 지웠을까 ? 시민단체 등 집회 주최자가 국가의 폭력집단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서면 자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기동대라며서 시위진압 연습 장면 등을 보여 주면서 낄낄대던 여유 ? 마저 보여주던 그들이..자기 부대 상징 숫자를 과감히 지워버리다니..끌끌..저 뒤에 숨어버린 자들의 주구에 불과하다는 것까지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방패에 적힌 숫자 지우는 것으로 자기 정체를 숨기며 질기게 살아남아 보겠다는 것인가 ?


 
 


  • 마주보며말하기 2005.12.05 12:20:04

    어쩔 수 없이 싸우더라도 절대 감정으로 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난 적어도 대응 불능 상태인 경우에는 그들에 대한 어떤 위해도 막으려고 했다..그런데 저 1001, 1002 등등에게까지 그래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저들에게 우리는 직접적인 타격 대상일 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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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12-0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1, 1002 등 100으로 시작되는 전경 부대는 서울경찰청 직속 시위 진압 전담 부대라고 한다. "폭력 과잉 진압"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건 모두 이들 부대의 짓이라고 한다.

울보 2005-12-0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마음이 아파요,,조선인님 페이퍼보고마음이 아팠는데,,
뉴스를 보다가도 마음이 아파요 아이들이 물어보면 무엇이라고 말을 해야하나요,,
파란여우님이 요즘 뜸한것도 속이 상하고요,,

라주미힌 2005-12-0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신경질나... ㅡ..ㅡ;
왜 끝까지 징병제를 고집하는지 알만하죠...

비로그인 2005-12-0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 1001...
맞아봤습니다.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2000년, 아 그 때도 농민대회 때였군요. 대오 한 가운데를 싹둑 잘라먹더니 그 때부턴 마구잡이 폭력이었지요. 심한 욕설과 함께... 제 분에 못이겨 마구 휘두르는 듯. 가만히 서 있다가 왜 맞는지도 모르고 맞았지요. 왜 도망가야 하는건지도 모르고 도망갔고... 허리에 가서 생긴 방패에 찍힌 자국, 곤봉에 맞은 자국이 두달 넘게 지속되더군요. 한동안 걷는 게 힘들었던...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쌍하더군요. 폭력성을 자연스레 습득하는 대다수의 남성들. 아마도 그들에겐 그 행위가 정상이었겠지요. 몇 명을 두드려 팼는지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일종의 무용담일테고요.

숨은아이 2005-12-0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네... 전 그날 편하게 방안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참...
라주미힌님/음, 그게 그렇게 이야기가 되나요.
여대생님/헉. 허리를 방패에 찍혔다고요. 으아... 안 다친 게 다행입니다.

로드무비 2005-12-0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올리신 옆지기님 글이죠?
밥 맛있네, 했다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
아이, 정말 이렇게 추운데 고생하시는 분들......

산사춘 2005-12-06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현실인데 과거 얘기라 우기는 소리들이 들려요.
숨은아이님 덕에 저 자신도 다시 반성해 봅니다.

숨은아이 2005-12-0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그게 말이죠, 무슨 쌀 판매 촉진을 위한 박람회 같은 데였는데, 대통령이 부인과 같이 거기 방문해서 반찬도 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며 맛있다고 몇 번씩 말했다고 뉴스에 나왔죠. 그 얘기여요. 맛있는 밥 맛있게 먹는 거야 뭐라 하겠나요. 그런데 그 다음 화면에 행사 관계자가 "쌀은 우리에게 맡겨주십시오!" 하고 큰소리치니 대통령이 "믿겠습니다." 말하던 게 저는 더 기막히더라구요. 누가 누구한테 믿고 맡긴다는 건지... 대통령은 손놓고 있고, 농촌에서 몸부림치면 뭐가 다 된다는 건지...
산사춘님/예, 저도... 공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