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THE ROMANTIC MOVEMENT / 알랭 드 보통(1994)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보다
좀더 신랄하고,
좀더 잘난 척하고,
좀더 길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가
젊은 남자의 심리를 다루었다면
이 책은 젊은 여자의 연애사.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보다
새로 사랑을 발견하는 과정이
더 두근두근.
그런데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와 마찬가지로,
처음 관계를 시작한 사람은 남자,
그리고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은 여자다.
왜 그럴까?
한 가지 부러웠던 점,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의 여주인공 클로이도 그랬고,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도 대학 입학 전 외국에서 1년간 머무른 경험이 있다. 빡빡한 학사 일정에 따라 진학하기에 급급하지 않고, 일하면서 외국 생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여유. 영국 청소년이면 대개 누릴 수 있는 여유인가, 아니면 작가인 보통처럼 유복한 집안 자녀들만 그런가?
그녀는 사랑의 영역에서 관광객임을 깨달았다. 그녀 역시 울타리 밖으로 나가 애인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탐험하며 꿈을 시험해보는 호기심이 부족했다. (237쪽)
그래, 머릿속으로 이상적인 남자는 이러이러해야 해, 하고 정해놓고 거기에 상대를 맞추려고 하지 않았나?
리넨 드레스를 산 일이나 카리브 해에서 휴가를 보내는 일이나, 앨리스는 고전적인 소비의 덫에 걸린 것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깔린 목적은 단순히 그것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것이다. (292쪽)
음, 내가 당장 읽지도 않을 책을 사는 목적은?
(하, 하지만 안 사고 두었다가는 언제 절판될지 모른단 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