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전에도 밀린 임금 달라했더니, 그 중 일부인 160만원을 10원짜리 동전으로 160000개를 준 회사가 있었다. 그런 행동을 보니 아무튼 그 회사 나오길 잘했다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그 임금은 유일한 생활 수단 그 자체다. 그것을 제때 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면 회사 운영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또한 일하는 노동자들의 유일한 생활 수단을 확보해 주는 방법을 생각했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다.
그런데 오늘 또 다른 회사는 170000개란다.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지켜지지 못했다면 충분한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고, 어떻게 해서든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느 약속이든 잘 지켜져야 하지만, 특히 꼭 지켜야만 하는 약속들이 있다. 임금 지급이 바로 그 예다.
아무튼,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해야 할 쪽은 회사가 아닐까 ? 그런데 돈을 주면서 10원짜리로 다 준다.
생각해 보자. 약속을 지키더라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성실하게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통장에 입금하면 되고, 또 수표나 지폐로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이라면, 위와 같이 10원짜리로 170000개를 주는 것이 성실하게 약속을 지킨 것일까 ? 내 생각엔 아닐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살 때 자주 접할 수밖에 없는 법률이 민법이다. 그 민법을 떠들어 보면 제일 처음에 나오는 것이 바로 권리와 의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약속을 지키되 제대로 상대방이 만족스럽게 잘 지키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10원짜리 170000개를 지급하는 것은 위 원칙에 비추어 의무 이행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
좀 더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분이 있어, 그 의무 이행을 거절하고 법원을 통해 이행 청구를 하고 이자까지 다 받아 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게 된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유라는 것이 사실상 정당하지가 않다. 그러니 순전히 기분나쁘다는 것이 이유로 보인다.
오늘의 예를 보자.
연봉에 퇴직금이고 휴가비가 다 들어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는데, 그것을 달라고 하니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휴가비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 난 다음에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최소한 퇴직금이 연봉에 포함되어 있다는 계약은 논리모순이다. 퇴직금은 퇴직할 때 그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계산하여 주는 것인데, 왜 그게 연봉에 포함되어야 할까 ? 퇴직금은 퇴직할 때 주라고 하는 법을 무시한 것은 무효라는 견해(대법원은 그렇게 못을 박은지 오래다. 하지만 노동부라는 곳에서 뻘짓거리(엉뚱한 해석)를 하는 바람에 위와 같은 계약이 지금도 만연하고 있고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다)가 이미 오래전부터 거의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에도 왜 그런 계약을 했을까 ? .
자, 그렇다면 몰라서였든 의도적이든 법을 위반한 것은 분명한데, 그 이행을 그렇게 했다 ?
누가 더 기분 나빠야할까 ?
앞의 예에서 중년의 여성 노동자는 일부라도 그렇게 받은 게 어디냐면서 그 무거운 10원짜리를 은행으로 들고 갔단다. 그렇게라도 받아서 기분이 좋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난 기분 졸라 엿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