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통일전쟁이 아니었어 ? | 할 말은 하고 살자
2005.10.13

강정구 교수가 최근 '한국전쟁은 북한 지도부의 의해 이루어진 통일전쟁'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지금 난 그의 주장 전체를 읽지 않았으며 다만 그의 주장에 대한 글과 그의 인터뷰를 읽어 알고 있는 정도다).

난 오래전부터 통일운동과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통일하자면서 한민족이 어쩌고 하는 것에 대해서, 달가워하지 않았다. 난 그들에게 물었다. 왜 통일하자는 거야 ? 통일이 뭐야 ? 하나의 국가가 되는 것 ? 왜 하나의 국가가 되어야 하는데 ? 하나의 민족이니까 ? 하나의 민족이면 꼭 통일해야 해 ? 민족과 국가라는 것이 뭐길래 그렇게 해야 해 ? 내 민족, 내 국가 하는 게 결국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 ? 알맹이가 빠졌다. 어떤 통일을 해야 하는지. 북한은 위대한 영도자의 지도력으로 순식간에 인민의 해방 세상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고, 인민의 자주성이 발현되어 누구나 다 그런 세상을 만들고자 들고 일어날 것으로 아는지도 모르겠다만은, 천만의 말씀이다.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뭔가 환상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미국이 사라진다고 하면, 통일이 된다고 하면 뭐가 달라져야 하며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도대체 고민이 있는 것인지, 북한이 혁명기지로서 그래도 하면 된다는 것인가 ? 난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아무튼 통일운동에 내 생각은 크게 변한 게 없다.

또 딴데로 갔군.

다시 강정구 교수 얘기로 돌아가자. 강정구 교수의 학문적 업적에 대해서는 말머리에 고백한 것처럼 난 잘 모른다. 다만 그가 통일운동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실천하는 학자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잘못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통일운동에 대한 위와 같은 생각은 자연스럽게 그의 주장에도 동조하기 어렵게 할 수 있고, 실제 그의 말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 그랬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의 삶이나 학문적 업적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든 그를 비난하거나 하려면 그의 주장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보기는 해야 할 것 같다.

우선 한국전쟁 당시로 돌아가자. 한국전쟁이 북한에 의한 전면전이었다는 데 대해서는 아마 이의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전면전은 북한에 의해서든 남한에 의해서든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 적어도 소위 우파라고 하는 세력이 한반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는 것, 당시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세력에 다수가 우호적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들에 의한 역사 발전의 기대 가능성이 상당하였다는 것, 그리고 당시에 그들의 활동과 정책은 그 가능성이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임을 보여주었다는 것, 또한 그들의 그러한 활동과 정책은 타당하였다는 것, 여기서 그들은 남한과 북한에 모두 존재했다는 것, 그럼에도 그에 저항하는 제국주의 세력과 그것을 등에 업고 기생했고 앞으로도 기생하려는 세력의 저항이 강력했으며(특히 남한에) 그로 인해 분쟁은 격화되었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것 등등.. 당시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정할 만한 것들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한다. 한편 북한은 적어도 당시에는 위에서 말한 그들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과 남한은 그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이것을 부정한다면 더 이상 논의의 진전은 없게 된다(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논쟁의 일방은 대개 소위 보수세력이고 박정희 같은 이에게 우호적인데 그들은 제국주의와 기생한 것에 대해 여러 상황을 들이대고, 박정희 등의 행적에 대해서도 여러 논리를 들이대면서도, 왜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오로지 남침을 왜 인정 안해 ? 공산주의 되면 좋아 ? 등등 유치하기 그지없는 질문만 해대는 걸까 ?).

자, 이렇게 인정하고 나면 결론은 ? 난 한국전쟁이 한반도 내에서의 계급전쟁 또는 계급혁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90년대 초 강의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담당 교수는 내 결론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나 역시 그의 이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였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들이 그들에 저항하려는 세력을 향해 일으킨 전쟁이었고, 한반도 내에서는 그것이 북한에 의한 남한에 대한 전면전이었고, 북한의 의도은 한반도의 그들에 의한 통일이었다. 이승만 역시 북진통일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역시 자본주의로의 흡수통일이 통일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그것 역시 통일이라 한다면, 한국전쟁 역시 마찬가지로 보는 것이 상식적인 결론이 아닐까 ? 물론 단순히 통일전쟁이었다는 것에서 논의가 멈추어서는 안되겠지만, 일단 강정구 교수의 주장의 취지가 '북한 지도부에 의한 통일전쟁'이라면 그에 굳이 동의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그는 어떤 인터뷰에서 통일은 되어야 하는데 그 통일 후의 경제 체제는 '시장중심적 자본주의 경제체제'라고 했다. 그래서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역시 공부하는 학자군. 그렇다면 그를 법으로 처벌할 필요가 없겠군. 학자는 자기가 공부한 것을 밝힐 수 있으니까. 그러나 학자가 아니라 위에서 말한 그들이라면, 어차피 어느 사회든 자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법이라는 것이 존재의의를 갖는 것이니까 그 법이 힘을 갖는 것은 당연하니까, 어쩔 수 없구나 하겠지만 말이다(그렇다고 그런 법을 받아들이고자 함이 아니다. 법의 존재의의를 건조하게 말한 것 뿐이다).

고로 강정구 교수를 처벌하지 마라. 그냥 학자일 뿐인데.

참, 그건 그렇고.....대한민국은 그 누구도 경쟁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한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상은 왜 경쟁하면 안될까 ? 대한민국은 누구나 다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 헌법 어디에도 '사상의 자유'는 없는 것일까 ? 너무나 순진한 질문인가 ? 그렇다. 너무나 순진한 질문이다. 그래도 답을 듣고 싶다.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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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10-1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6.25를 한국전쟁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외국에서 지켜보며 명명하듯이. 이라크 전쟁, 베트남 전쟁 하듯이. 이상하다. 전에 한겨레21 베트남 통신원으로 활약하는 구수정씨에게 이메일로 물어본 적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을 뭐라고 하냐고. 그랬더니 "베트남에서의 미국 전쟁"이라고 한단다. 줄여서 베트남 전쟁이라 할 때도 있지만 그 앞에 분명 "베트남에서의 미국 전쟁"이라는 걸 전제로 한 다음에 그렇게 말한다고. 사실은 베트남에서 일어난 전쟁은 다 베트남 전쟁 아닌가 말이다. 중국하고 싸운 것도 베트남 전쟁, 프랑스하고 싸운 것도 베트남 전쟁... 미국 사람에겐 "베트남 전쟁"이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겐 "미국 전쟁"일 터이다.

물만두 2005-10-1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6.25전쟁을 한국전쟁이라고 말하는게 너무 싫어요.

릴케 현상 2005-10-1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한국전쟁 얘기는...그러쿠나... 그럼 다른 명칭은 뭐가 있남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통일'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 제거가 목적이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상당부분은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고요

라주미힌 2005-10-1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반도 전쟁 어때요...

숨은아이 2005-10-14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6.25전쟁이라고 하면 되죠. 하던 대로. ^^

릴케 현상 2005-10-1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지식 검색에는 이런 말이^^
---------------->
6.25 전쟁이라 하면, 그 시작에 비중을 든 표현입니다. 그 전쟁에서 6월 25일 이 갖는 의미는 달랑 전투가 시작된 날이란 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날이 갖는 의미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한국전쟁이란 말은 남한-북한의 전쟁만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의 대상자는 결코 두 한국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korea 에서 일어난 전쟁이라 해서 한국전쟁이란 표현을 씁니다.

용어는 그 사건의 의미, 성격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사건에 대한 평가가 다르니 용어도 다릅니다.
그리고 그 표현의 옳고 그르다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superfrog 2005-10-1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문적 성과가 한 나라의 국민 정서에 맞춰져야 할 필요는 없다'는 강교수의 말을 지지합니다.

2005-10-14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10-14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아니 네이버까지 다녀오셨어요? ㅎㅎ 날짜는 중요하지 않죠, 물론. 4.3도 4.19도 5.18도... 저는 국제정치적으로 한국전쟁이라 지칭하는 데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문화적 역사적 일상적으로 국내에서 그 말이 공식 용어처럼 정착되어가는 게 불편할 뿐이지요. 이를테면 우리집에서 불이 났다고 쳐요. 그걸 소방서나 언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삼선동 화재 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지요. 그런데 우리집에서 우리 식구들끼리, 그 일을 "삼선동 화재 사건 났을 때 말야..."라고 한다면요, 농담 삼아 일부러 그러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 어색하고 불편할 것 같습니다. 불이란 게 우리집 일만은 아니고, 또 소방서 등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끌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요.
금붕어님/동감합니다. 저는 뭐 구속을 하네 마네 하기에 지난번 평양 때처럼 무슨 큰 사고라도 친 줄 알았어요. 별것도 아니구만...
속삭이신 님/히히, 감사! ^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