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부수는 “액션”은 별로지만, 힘의 집중과 절제를 의미하는 “무술”은 경외한다. 그래서 영화 초반, 무에타이라는, 낯선 무술의 달인이 보여주는 집중과 절제는 멋있었다.

마을에 변고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고자 먼 길을 떠나는 젊은이. 젊은이를 배웅하며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소중한 것을 내놓는다. 민족 영웅 설화의 서두 장면 그대로다. <모노노케 히메>의 아시타카도 바로 그랬지.

그러다 이야기는 슬슬 액션 영화다워진다. 이른바 액션 영화에는 시장에서 쫓고 쫓기는 장면이 한 번쯤 등장하게 마련이다. 대개 그 장면에서 주인공은 달아나며 시장의 좌판을 엎고, 자전거를 넘어뜨리고, 자동차 지붕을 밟는다. 이 영화, <옹박>에도 바로 그런 장면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화의 주인공, 선량하고 순박한 사나이, 팅은 시장 상인들에게 전혀 폐를 끼치지 않는다. 노점이 앞을 가로막으면 한 발 도움닫기해서 좌판 위로 건너뛰고, 유리판 두 장을 실은 자전거가 나타나면 그 두 장 사이로 몸을 날려 미끄러지듯 빠져나온다. 뾰족뾰족한 농기구도 쓰러뜨리지 않고 양 다리를 쭉 뻗어 넘어가고, 두루마리 철사의 한가운데 빈 부분으로 몸을 날려 통과하며, 늘어선 자동차들 위로는 공중제비를 돌아서 지나간다. 단 한 번, 빵을 굽는 노점의 길다란 좌판 중간을 한 발로 짚은 적이 있다. 물론 주인공 배우(토니 자)의 무술 실력을 드러내 보이려고 설정한 장면이겠지만, 이토록 “비폭력적인” 영웅이라니! 하고 감동했다.



하지만, 역시나 주인공 악당의 잔혹한 악행이 끈질기게 거듭되니, 주인공의 싸움은 날로 폭력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관객으로 하여금, 저 자식 얼른 죽여야 해! 하고 마음속으로 외치게끔 하는 악당. 액션영화엔 꼭 그런 악당이 필요한 걸까? 사실은 그래서 액션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다.

<옹박>에는 화려한 자동차 추격 장면도 있다. 태국에 다녀온 적 있다면 한 번쯤 타보셨을 3륜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뒤집어지고 날아간다. 이러한 장면은 악당이 탄 차가 물에 첨벙 뛰어드는 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 3륜 자동차는 사방이 트여 있어, 물에 빠져도 운전사가 쉽게 차 밖으로 헤엄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옹박 - 무에타이의 후예 (Ong-Bak, Muay Thai Warrior, 2003)
태국  |  액션  |  100 분  |  개봉 2004.05.26
감독 :  프라차야 핀카엡
주연 :  토니 쟈 Tony Jaa 
조연 :
멈 조크 목 Mum Jok Mok   |  렁그라위 바이진다쿨 Rungrawee Barijindakul  |  돈 페구손 Don Ferguson 
데이빗 이스마로네 David Ismalone  |  에릭 마커스 슈에츠 Erik Markus Schuetz 
수카우 퐁윌라이 Suchao Pongwilai  |  차테웟 와차라쿤 Chatewut Watcharakhun 
페치타이 웡캄라오 Petchtai Wongkamlao  |  뿜와리 요카몰 Pumwaree Yodkam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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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05-07-18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 어젯밤에 잠이 안 와서 옆지기랑 이거 슬슬 돌려보고 있었는뎅...^^
이 영화에선 스턴트를 전혀 안 썼다 하더라고요.(맞나???)
주연남의 진짜로 가벼운, 날아다니는 무술에 뚀옹~~~

숨은아이 2005-07-18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래요? 전 어제 케이블티비에서 틀어주기에 봤어요. ^^ 그 사람 몸, 정말 날렵하지요?

瑚璉 2005-07-1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적 잘 만든 액션영화지요.

릴케 현상 2005-07-1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보던 한국 만화도 시장을 달리면서 잘도 피해다니곤 했지요 물론 주인공의 날렵한 몸놀림을 강조하기 위한 거지만...생각해보면 과거 권선징악이 강조될 때 주인공의 선량함이 강조되었다면, 근래에 올수록 주인공의 선함보다는 절박함이 강조되는 게 아닐까 싶네요

날개 2005-07-1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보고 진짜 놀랬잖아요.. 어쩜 무술이 그렇게 멋지답니까~

숨은아이 2005-07-1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정무진님/보셨군요. 근데 사람 머리를 가격하는 장면은 영화에 좀 안 나오면 좋겠어요. 끔찍해서... ^^;
산책님/아 그런가 봐요. 주인공의 폭력을 정당화시켜주는 절박함. 끄덕끄덕.
날개님/이 영화도 멋있고, 황비홍 1탄에서 이연걸이 보여준 우슈도... (본 게 그 둘밖에 없어요.) ^^

릴케 현상 2005-07-1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시갈인가 하는 사람은 주로 꺽기 기술을 쓰던가요^^느끼해 보이는 배우

瑚璉 2005-07-1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옹박 DVD도 샀답니다(^.^;).

액션이 멋있는 영화를 보시려면 (황비홍 1편은 보셨다니) 이연걸의 남북소림(아마 소림사2인가 하는 제목으로 비디오가 있을 겁니다)을 추천합니다. 비장한 액션을 보시려면 이소룡의 정무문을 고르시면 되고요, 아크로바틱한 액션을 보시려면 성룡의 프로젝트 A2를 권해드립니다(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입니다요).

숨은아이 2005-07-1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스티븐 시갈이요? 하하, 그 사람 영화는 본 적이 없어서...
호정무진님/오옷, 팬이시군요. 정무문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 아뵤~ 채널에서 무술영화를 많이 틀어주는 모양인데, 꼭 시간이 안 맞아서 제대로 못 봐요.

瑚璉 2005-07-1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시갈표 영화도 볼 만한 것이 있지요. 언더시즈 1편이랍니다. 제가 늘 주장하는 '진정한 고수는 주방에 있다'라는 걸 뼈저리게 보여주는 영화지요(-.-;).

숨은아이 2005-07-1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정무진님/흐음, 그렇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