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욕하고자 함이 아니다..서울대를 비롯하여 어느 대학을 나와도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모르긴 마찬가지이기에..
학교를 벗어나면 대부분은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그런데 노동자가 되거나 될 것이면서도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주성태를 예로 들어 보자...주성태는 신자유주의가 어떻고 하면서 자본주의 국제 질서의 폭압성을 제대로 짚어 내고 있지만, 그는 노동자가 된 친구 강호와 미옥을 위해서는 잘못된 지식을 전달해 주고 있다..미옥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주성태가 잘못 말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말한 바와 같으니 생략하기로 하자..
강호가 해고 통보서를 받는다..강호가 얼마 정도 엘케이에서 일했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6개월 이상 근무하였다면 해고일로부터 30일 전에 해고예고 통보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물론 엄청난 손해를 초래했다면 즉시 해고할 수도 있다..(엘케이의 이후 대처를 보니 엄청난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별일 아닌 것이 분명한데 별일 아닌 것처럼 대충 넘어가니 이해하기 어려운 회사이기도 하다..)..아무튼 강호는 해고가 부당하다는 싸움은 애초부터 할 생각이 없다..그야 그의 자유이니까 뭐라 할 생각은 없다..
그건 그렇고, 얘기의 본론은 이거다.
주성태는 강호가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사고 친 놈이니까 더욱 그렇다고 하고, 어쩌면 위약금까지 물어야 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호가 1년 이상 근무했다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퇴직금의 지급요건은 오로지 1년 이상 근무했는지 여부이다..따라서 퇴직의 사유가 무엇인지를 따지지 않는다..사고 치고 나가도 퇴직금은 지급되어야 한다..그러므로 주성태는 강호의 퇴직금에 대해서 "너 1년 이상 다녔냐 ?" 그것만을 확인했어야 했다..
퇴직금을 받게 될 노동자가 사고친 게 있어서 회사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라도 그것은 그와 회사가 따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므로 사고쳤다고 해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주성태의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잘못된 지식이라 하겠다..
한편 근로기준법은 "위약금"에 대해서 노동계약의 불이행을 전제로 한 위약금을 정하는 계약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그런 계약은 당연 무효가 된다..어떤 손해가 발생할 것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도 무효다..물론 주성태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말은, 아마도 강호가 사고를 쳤으니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주성태는 강호를 포함하여 여러 친구들에게는 서울대 출신으로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는데(강호는 그 덕분에 면접을 통과하지 않았던가 !!), 그가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는 나름대로 믿을 만하다고 믿고 따르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그가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 의도는 정확해야만 해야 할 것이다..그가 괜히 서울대 출신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드라마는 드라마니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 딴지 걸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안에서 정확히 전달해야 할 것은 정확히 전달해야 할 게다..가뜩이나 노동자의 기본 권리에 대한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이 땅의 현실이 안타까운 나는, 드라마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라도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작가와 피디가 원망스럽다..그들도 노동자인데 말이다..
주성태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해서 드라마가 재미없어지지는 않은 텐데 말이다..
"강호, 퇴직금은 사고 쳐도 받을 수는 있는데 너는 1년도 근무 안했으니까 퇴직금도 못받아..퇴직금은 1년 이상 근무해야 맞을 수 있는 거니까..(아니면, 강호, 퇴직금은 사고 쳐도 받을 수 있어..넌 1년 넘게 열심히 일했잖아..근로기준법대로 하면 말야..)..근데, 사고 치면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할 지도 모르는데, 네가 친 게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 힘내자 강호야,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