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방송센터 1층 로비 농성장.
일요일이지만, 방송은 쉬지 않기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비록 집에는 열감기의 아이와 남편을 두고 왔지만,
청량한 공기, 나만의 공상 시간... 그래서 꼭 나쁘지만은 않다.
시간은 또박 또박. 정직하게 흘러가고, 지금은 오전 10시 10분.
오늘 여기서 뭘 하며 놀까, 버틸까. 딱히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당분간 농성은 계속 될 것이다.
비록 당장 강제구인, 압수수색은 없더라도,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조합원으로서 뭔가를 할 수 있구나 하는 뿌듯함, 참여함으로서 주어지는 당당한 주인의식.
그렇기에, 당분간 이 농성은 계속 될 것 같다.
덕분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은 후순위로 자꾸 밀리고, 여기 농성장에서 빈둥거리는게 내 하루 일과가 되겠지만...
어제 자정. 또 남편에게 내 마음속 나도 알 수 없는 답답한 이야기를 토로했다.
그러고보니, 결국 나에게는 꿈이 없다. 그래서 다른사람과 나 자신을 비교하고, 그러면서 자괴감, 열등감에 싸여가는 것 같다는 것.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얘기.
그렇지 못함으로 해서 생기는 우울감.
역시 남편을 괴롭혔다는 생각이 든다.
괴롭혔다는 것은 다른게 아니라, 우울감을 전염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얘기도 두번은 듣고 싶지 않은데, 비슷한 넉두리를 계속 하는 것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현명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조금 외롭고, 쓸쓸한 것은 당연한데, 어쩌면 내가 너무 엄살을 부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내 꿈은 뭔지?
진정 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지금 현재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직위를 원하는가?
얼마나 사람들로 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고자 하는 걸까? 그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나의 고민이 조금은 더 즐겁고, 행복감이 충만해 지는 그런 과정이었으면,
더불어 주변사람들에게도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에너지를 전염시켜 줄 수 있으면...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