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이렇게 어이없을 수가...
이렇게 난감할 수가... 

정신을 차려보니, 
큰 아이 은수는 아파트 입구 길바닥에 앉아서 절망스럽게 울고 있었고,
작은 아이 규헌이는 엄마와 누나가 벌이는 기 싸움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동요없이 이러저리 뛰어다니고(다만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기만을 조심하면서) 
나는 울부짖는 은수를 향해 야단을 치며 윽박을 지르는...

순간 술기운이 느껴지면서, 지금 내가 야단을 치고 있는 것이 술 주정인지,
아니면 의미있는 훈계인지, 은수의 절망스런 표정 앞에서 갑자기 난감해 졌다.  

내가 화를 내는 이유는 대단한 게 아니었다.  

엄마 집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찾으러 엄마 집엘 갔고(오늘 회식이 있었다. 와인을 좀 마셨다. 비싼 TALBO에 욕심을 내고, 좀 많이 마신 듯 하다)
애들을 빨리 재워야 겠다는 생각에, 빨리 집에 가자고 말했음에도,
은수가 빨리 옷을 입지 않고, 딴전을 피고 있었다. (은수는 할머니 집에서 자고 싶어 했다) 

그랬다.
이유는 빨리 옷을 입으라는 엄마인 나의 말을 무시한 채,
딴전을 피웠다는 점이다.  (참... 어이없다) 

야단을 치다가, 때리기 까지.(옆에 있는 죽도를 보니, 때리고 싶어졌다. 살짝!)  

그러다가
오늘 하루 할머니 말을 듣지 않아 할머니가 힘들지 않았겠냐,
니가 빨리 일어나지 않으니, 엄마도 할머니도 너무 힘들다. 등등 

야단을 쳐야 할 갖가지 얘기들이 술술 잘도 나왔다.  

당하는 은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더군다나, 맞을 이유도 아닌데, 평소에 때리지도 않던 엄마가 
때리기 까지 했으니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듯 하다.  

황당하게 우는 아이를
아무튼 강압적으로 끌고, 안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다시는 이런 나쁜 엄마가 되지 않기를. 

물론 은수는 엄마가 하는 말, 어른들이 시키는 말에 빨리 빨리 움직이는 아이는 아니다.
걱정이 되는 건 학교에 가서, 행동이 굼떠서 선생님의 미움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긴 하지만, 이건 아닌 듯 하다.  

뿐만 아니라, 엄한 부모 밑에 효자 난다는 말....
이러라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친절과 엄함 사이....
아직은 확고한 방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아니다.  

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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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10-02-12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 부끄럽고..아니 종종. 많이 미안하고. 엄마 자격도 없는데 왜 이러나 싶고...그리고 가끔은..엄마연습 안해본 많은 엄마들이 이런 비슷한 마음 갖지 않을까 싶슴다. 그래도 힘내서, 다시 정신차려야 하는 엄마들. 모성이란 이름의 압박 플러스 알파까지 겪는 엄마들. 그래도...그래도..힘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