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뉴스가 많았던 날이다.
엠비씨 엄기영 사장의 사퇴 선언이 있었고, MBC노동조합은 또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또, 민주노동당은 당사에서 농성에 돌입, 정치탄압 중단 요구 등을 하기로 했다.
MB정부 들어 농성과 투쟁은 생활이 돼 버린 듯 하다.
투쟁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투쟁을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피곤할 수 밖에 없다.
9시까지 당사에서 촛불문화제와 농성에 결합해 있다가 퇴근했다.
밤을 새는 농성이었으나, 아이들을 엄마 집에서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라,
안면몰수하고 퇴근해 버렸다.
늘 이런식이다.
투쟁이 있을 때면, 가장 어려운 문제가 바로 집에 있는 아이들 문제다.
밤을 새야 할 때도 있고, 늦을 때가 다반사가 되는 농성 상황에서
어린 아이를 둔 소위 일하는 엄마들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
늦은 시간 까지 회식에 함께 하지 못해서, 별 다른 일은 없으나 퇴근 후 한잔하고 싶어하는 동료들을 뒤로 하고 올때면, 늘 미안해 지는 이런 상황은 언제나 끝이 날까.
무엇보다 농성 상황이 되면, 그 미안함은 더 해질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돌보며 내가 오기만을 눈빠지게 기다리는 육십이 넘은 엄마에게 너무 너무 죄송하다.
괴롭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0대 육아기에 접어들면서 부터 꺾어지는 M자형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한 범 정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음에도,
현실은 이렇듯 녹록하지 않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제 막 남편이 들어왔다. (11시 15분)
비실 비실 웃는 폼이 소주 2병은 마신 분위기다.
한잔 더 하자고 할 텐데... 아 ~~ 피곤한 워킹맘이여~